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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건전성 수호' 김동연의 소신은 지켜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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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쇄도하던 복지공약에 냉정한 잣대 들여댔는데

소득주도 성장 내건 새 정부 경제사령탑으로
어떤 정책 펼칠지 관심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 오형주 기자 ]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역시 노련했다. 지난 2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문재인 정부의 ‘잘 준비된 경제부총리’ 같은 인상을 풍겼다. 대통령선거 기간 문재인 캠프와 거리를 뒀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이날 김 후보자의 첫 일성은 “사람 중심의 일자리 창출, 공정한 시장경제 구축”이었다. 한국 경제가 당면한 여러 현안에 대해서도 비교적 문 대통령의 공약과 국정노선에 충실한 발언을 내놨다.

김 후보자는 문 대통령의 경제정책인 ‘제이(J)노믹스’의 두 축, ‘사람 중심 경제’와 ‘소득 주도 성장’에 전적으로 공감을 나타냈다. J노믹스가 생산성 문제를 간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엔 “대학 총장을 하며 더욱 근본적이고 지속가능한 생산성은 사람에게서 나온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되레 방어했다. 확장재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는 미국 경제학계에서 나온 최신 논의까지 소개했다. J노믹스를 구현하기 위해 재정을 과감히 풀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과거 김 후보자의 모습을 기억하는 이들에겐 다소 낯설게 들릴지 모른다. 김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에서 기재부 2차관, 박근혜 정부에선 장관급인 국무조정실장을 지내며 승승장구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말 그는 기재부 간부들에게 정치권에서 나온 모든 공약의 소요재원을 분석할 것을 지시했다. 이듬해 치러질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여야가 앞다퉈 현실성 낮은 복지공약을 쏟아내던 때다. 석 달 뒤 기재부는 공약 이행에만 5년간 200조원 이상이 소요된다는 결과를 내놨다. 파문이 확산되자 김 후보자는 청와대에 사의를 밝혔다. 기재부는 선거 중립 의무 위반으로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기관 경고 조치까지 받았다.

‘험한 꼴’을 겪고도 김 후보자는 꿈쩍하지 않았다. 2012년 7월 그는 무상보육을 비판하면서 “재벌가 자식에게도 정부가 보육비를 대주는 것은 복지과잉이며 공정한 사회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박근혜 정부 국무조정실장이던 2013년 6월25일엔 국무회의에서 무상보육 예산을 놓고 박원순 서울시장과 설전을 벌인 일화도 있다.

이런 소신을 지닌 김 후보자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대통령상(像) 역시 뚜렷하다. 그는 2012년 12월 한 언론 기고에서 “다음 대통령은 임기 중 ‘인기 없는’ 지도자가 되겠다는 용기를 지녔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일자리와 복지 요구 등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우리의 현실과 도전과제를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알리고 고통분담을 요구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올해 2월 한 기고에선 “어떤 대통령 후보도 공약을 그대로 실천에 옮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공약 수정을 부끄러워할 것 없다”고 표현했다. 새 대통령 취임 후 모든 공약을 면밀히 점검해 우선순위를 정하고, 실현 불가능한 공약은 폐기하거나 장기과제로 넘겨야 한다는 것이 그의 제안이다.

소신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면 김 후보자가 앞으로 마주한 길은 무척 험난하다. 문재인 정부는 국가재정운용계획상 연평균 3.5% 수준인 총지출 증가율을 향후 5년간 7%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소득 주도 성장과 일자리 창출 등 핵심 공약 실현을 위해 5년간 178조원의 재원을 투입한다. 재원 조달 방안으로 재정개혁과 세출 구조조정 등이 거론되지만 구체적인 방법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김 후보자는 “경제는 내가 책임지겠다는 비상한 각오로 임하겠다”는 포부를 내놨다. 대통령에게 당당하게 소신을 밝히는 그의 ‘용기’는 이제 시험대에 올랐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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