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산은 "회사채 50% 3년 유예해주면 상환 보장"
법정관리 직행 가능성에 채무재조정안 수정 제시
[ 이태명/유창재 기자 ] 대우조선해양의 명운이 걸린 사채권자 집회를 앞두고 정부와 산업은행이 ‘히든카드’를 내놓기로 했다. 국민연금공단 등 사채권자들이 채무재조정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면서 자칫 대우조선이 초단기 법정관리(P플랜)로 직행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히든카드는 사채권자들이 회사채 보유액 6750억원을 3년간 상환유예하는 데 동의하면 만기 때 국책은행이 상환을 보장하는 방안이다.
◆수정안 내놓는 정부·산은
정부와 산업은행은 지난달 23일 모든 채권자의 고통분담을 전제로 한 대우조선 채무재조정안을 내놨다. 사채권자에 대해선 회사채 1조3500억원 중 절반을 대우조선 주식으로 출자전환하고, 나머지 절반은 3년 상환유예 후 3년 분할상환받는 조건을 제시했다.
하지만 사채권자들의 반발은 컸다. 대우조선 회사채의 28.9%(3900억원)를 보유한 국민연금부터 반대 의견을 냈다. 산업은행은 지난달 30일에 이어 9일 국민연금과 두 차례 협상을 벌였지만, 국민연금은 요지부동이었다.
국민연금은 이달 21일 만기가 돌아오는 대우조선 회사채 중 국민연금 보유분(1900억원)을 우선 갚아달라고 요구했다. 이를 수용하면 7월과 11월 만기 회사채는 출자전환해줄 수 있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추가 감자도 요구했다. 두 국책은행이 선수금환급보증(RG)을 뺀 무담보채권 1조6000억원 100%를 출자전환하기로 했지만 대우조선 대주주로서 책임을 더 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와 산업은행은 이 같은 국민연금의 요구를 일단 거절했다. 대신 새로운 협상안을 제시하기로 했다. 새 협상안은 국민연금이 3년간 회사채 50%를 상환유예해주면 3년 뒤 상환 가능성을 최대한 보장하겠다는 게 골자다. 정부와 산업은행은 상환 보증을 위해 확약서까지 써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그동안 3년 뒤 대우조선 상황을 봐서 우선 변제해줄 수 있다는 ‘구두 약속’ 정도만 가능하다는 기존 태도를 바꾼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국민연금 등 사채권자들에게 던지는 사실상 최종 협상안이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공은 다시 국민연금으로
정부와 산업은행은 새 협상안을 10일께 국민연금 등 주요 기관투자가들에 보낼 예정이다. 국민연금이 이 안을 받아들이면 대우조선은 초단기 법정관리(P플랜)라는 파국을 피할 수 있을 전망이다.
관건은 최대 사채권자인 국민연금의 동의 여부다. 정부와 산업은행이 제시할 새 협상안이 국민연금의 요구조건에 부합하는지에 따라 동의·반대 여부가 갈릴 전망이다.
국책은행 관계자는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국민연금 등 사채권자들은 회사채의 90%가량을 허공으로 날리게 된다”며 “회사채의 절반을 3년 뒤 상환받을 수 있고 출자전환하는 회사채 50%도 일부 회수할 수 있다면 충분히 수용할 만하다고 본다”고 했다.
이태명/유창재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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