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콩:스컬 아일랜드', 일본 '신 고질라' 내달 9일 개봉
[ 유재혁 기자 ] 할리우드와 일본의 대표 괴수 영화 두 편이 다음달 9일 나란히 개봉해 관객몰이에 나선다. 할리우드의 ‘킹콩’ 리메이크작 ‘콩:스컬 아일랜드’(조던 보트로버츠 감독)와 일본 괴수 영화의 아이콘 ‘고질라’ 29번째 작품인 ‘신 고질라’(안도 히데아키 감독)다. 두 작품은 모두 역대 최대 규모의 괴수를 내세워 기존 작품을 재해석한 면모를 보여주지만 참신함이 부족한 리메이크작의 한계점도 고스란히 드러냈다.
‘콩:스컬 아일랜드’는 1970년대를 배경으로 과학과 신화가 공존하는 기묘한 섬에서 킹콩과 인간이 혈투를 벌이는 이야기다. 1933년 첫 편 이래 킹콩과 인간 여성의 로맨스 라인을 부각해온 것과 달리 살벌한 정글에서 신적 존재인 킹콩을 맞닥뜨린 인간이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인다. 러브 라인이 없어진 만큼 인간의 교만함이 더욱 강조된다. 패커드 중령(사무엘 L 잭슨 분)은 ‘지구의 왕은 인간’이라고 믿는 오만함의 상징이다. 그는 킹콩에 대한 복수심으로 부대원과 스컬 아일랜드 전체를 위험에 빠뜨린다.
그러나 30m 크기의 거대한 킹콩 앞에서 인간은 보잘 것 없는 존재다. 이번 킹콩은 생각하고, 도구를 쓸 줄 안다. 단순한 유인원이 아니라 인간과 신 사이에 있는 존재다. 킹콩은 거대 거미와 바다 괴물, 그리고 숙적인 스컬 크롤러(두 팔 달린 뱀 모양의 괴물) 등이 즐비한 스컬 아일랜드의 생태계를 지배한다. 킹콩과 인간의 싸움을 통해 인간은 지구 생태계의 일원으로 좀 더 겸손해질 것을 촉구한다. 전직 군인 출신의 정글 전문가이드 콘래드 역을 톰 히들스턴, 종군 사진기자 위버 역을 브리 라슨이 맡았다.
‘콩:스컬 아일랜드’는 워너브러더스의 괴수 시리즈 서막이다. ‘고질라:킹 오브 몬스터스’(2019)와 ‘고질라 vs 킹콩’(2020) 등이 잇따라 관객을 찾아올 예정이다.
‘고질라’ 시리즈는 1954년 혼다 이시로 감독의 첫 편 이후 일본에서만 총 28편이 제작됐다. 29번째 영화인 ‘신 고질라’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괴수 고질라를 상대로 사람들이 최후의 반격을 벌이는 재난 블록버스터다. 1000여명의 스태프, 329명의 일본 배우가 총출동한 역대 최대 프로젝트로, 작년 일본 개봉 당시 박스오피스 흥행 1위에다 역대 ‘고질라’ 시리즈의 누적 관객수 1억명 돌파 기록을 세웠다.
이 영화에는 역대 시리즈 중 가장 거대한 크기인 신장 118.5m, 무게 9만2000t의 고질라가 등장한다. 고질라는 4단계 변이 과정을 통해 천하무적으로 거듭난다. 천연 원자력을 에너지원으로 삼고, 탱크의 포격이나 전폭기의 폭탄에도 끄떡없다. 마침내 핵폭탄만이 유일한 방안으로 거론될 즈음 일본인들은 기상천외한 방법을 쓴다. 재난에 대처하는 정부의 모습이 비중있게 그려졌다. 고질라가 도심 건물을 파괴하는 재난 상황에서 정부 관리들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관객에게 웃음을 준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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