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접근성·규모 약점 극복 못해
롯데 코엑스점 노릴지 주목
[ 정인설 기자 ] “롯데는 됐는데 왜 SK는 안됐죠?”
3차 시내면세점 선정 결과를 두고 쏟아진 질문이다. 야당을 중심으로 제기돼온 면세점 특혜 의혹엔 SK와 롯데가 같이 걸려 있는데 SK만 떨어진 이유가 무엇이냐는 의문이다.
면세점업계에선 “관세청이 정치적 비판을 피하면서 후폭풍을 최소화하는 선택을 했다”고 분석했다. 롯데와 SK네트웍스가 모두 사업권을 획득한 경우를 생각해보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롯데와 SK에 다시 사업권을 주기 위해 신규 면세점을 추가로 선정한 것”이라는 야당의 ‘면세점 특혜론’이 힘을 받을 가능성이 컸다. 야당의 공격을 피하려고 롯데와 SK를 둘 다 제외한다면 국내 면세 및 관광산업에 타격을 줄 것이란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올 상반기 문을 닫기 전까지 롯데 월드타워점과 SK 워커힐면세점의 점포당 매출 순위는 각각 3위와 5위였다. 결국 연매출이 2800억원인 SK워커힐면세점 대신 규모가 큰 롯데 월드타워점(6000억원)을 선정하는 게 ‘합리적’이었다는 것이다.
두 그룹에서 면세점이 차지하는 위상도 차이가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8일 ‘최순실 게이트’ 관련 청문회에서 “면세점 부문은 저희(SK)에게 작은 사업”이라고 했지만 같은 자리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면세점 사업의 중요성을 의식한 듯 “K스포츠재단에 추가로 70억원을 출연한 것은 면세점을 위한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워커힐면세점은 SK네트웍스 매출의 2%지만 호텔롯데의 사업부인 롯데면세점은 호텔롯데 매출의 85% 이상이다. 게다가 롯데면세점 사업권 탈환은 신 회장이 추진 중인 호텔롯데 상장을 통한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출발점이다.
강남 면세점에 초점이 맞춰진 심사도 SK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서울 광장동에 있는 워커힐면세점은 접근성 면에서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렇다면 SK는 면세 사업에서 손을 떼야 할까. 면세점업계에선 내년 12월 롯데면세점 코엑스점 입찰을 주목한다. 워커힐면세점은 면세점 옆에 있는 파라다이스 카지노 방문객을 대상으로 해외 명품 시계를 파는 게 주 수입원이었다. 세븐럭 카지노를 옆에 끼고 있는 롯데 코엑스점과 사업구조가 비슷하다. 물론 SK가 워커힐 면세점을 1년간 비운 채 직원들의 고용을 유지한다는 전제 아래 가능한 일이다.
정인설 생활경제부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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