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LG유플러스
두 회사 서비스 이용자 주행정보 실시간 공유
수성 나선 SK텔레콤
T맵 운영 자회사 합병…하나의 플랫폼으로 육성
[ 김태훈 기자 ]
스마트폰을 이용해 길을 안내해주는 모바일 내비게이션 시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전통 강자인 SK텔레콤 ‘T맵’의 독주를 막기 위해 경쟁사 KT와 LG유플러스가 손을 잡았다. 포털 강자인 네이버도 지도 앱(응용프로그램)에 내비게이션 기능을 추가하며 도전장을 내밀었다.
최근 몇 년 사이 내비게이션 시장은 차량 전용 단말기에서 스마트폰으로 중심이 급격히 이동했다. 단순 길 안내에서 벗어나 모바일 택시 서비스, 실시간 배송 등 위치기반서비스(LBS)로 사용처가 확대되면서 통신과 포털 업체 간 영역 구분 없는 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적과의 동침도 불사
모바일 내비게이션 경쟁에서 최근 가장 주목되는 변화는 KT와 LG유플러스의 연합전선 구축이다. 통신시장에서 가입자를 한 사람이라도 더 유치하기 위해 매일 치열한 전쟁을 치르는 양사가 이례적으로 손을 잡은 것은 SK텔레콤 ‘T맵’의 아성을 허물기 위해서다. 시장 판도를 바꿀 기회를 찾기 위해 적과의 동침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KT와 LG유플러스는 지난 17일 기존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한 ‘올레 아이나비’(옛 올레내비)와 ‘U네비’(옛 U+ 네비 리얼)를 각각 선보였다. 동맹의 핵심은 두 회사 이용자의 실시간 교통정보를 공유해 예측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다. 두 서비스를 사용하는 운전자들의 주행 정보를 실시간으로 합쳐 예전보다 정확한 길 안내를 하겠다는 전략이다.
지원군도 끌어들였다. 차량용 내비게이션 기기 제조 분야 1위 업체인 팅크웨어와 손을 잡았다. 15년 이상 내비게이션 사업을 통해 축적한 팅크웨어 아이나비의 통계 데이터도 접목한다. T맵에 비해 약점으로 꼽히던 실시간 교통정보 예측을 크게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경로 안내는 두 회사 서비스가 동일하지만 각사는 자사만의 독자적인 기능과 사용자환경(UI)을 통해 차별점을 부각시킬 계획이다.
KT는 올레 아이나비에 개인화 기능과 내비게이션을 접목한 경로설정 서비스를 도입했다. 지금까지 길안내 서비스는 앱이 제시하는 추천 경로 중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이었다. 올레 아이나비에서는 운전자가 선호하는 도로를 직접 지도에서 선택해 경로를 생성하는 ‘나만의 경로’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진출입 구간의 모습을 사진으로 띄워 길을 안내하는 ‘실사 사진 리얼 뷰’도 선보였다. 이 기능을 위해 현장에서 일일이 사진 촬영을 했다. 현재 제공 중인 실사 사진만 4000여장에 달한다. 길이 여러 갈 》?나뉘는 진출입 구간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기능이다.
LG유플러스는 U네비에 CCTV를 활용, 직접 교통상황을 확인하고 막히는 길을 피해 대체 경로를 선택할 수 있는 CCTV 경로 비교 기능을 탑재했다.
올레 아이나비와 U네비 모두 구글플레이에서 내려받을 수 있으며 기존 사용자들은 업데이트를 통해 이용할 수 있다. 애플 스토어에서도 올해 상반기(1~6월)에 내려받을 수 있다.
○네이버도 출사표
그동안 국내 모바일 내비게이션 시장에서는 ‘T맵’이 절대 강자였다. 실시간 길안내를 강점으로 약 18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했고 월평균 이용자 수(MAU)도 800만명 수준에 달한다.
지난해 카카오가 인수한 ‘김기사’의 가입자는 약 1200만명, 월평균 이용자는 250만명으로 T맵을 쫓고 있다. KT 올레내비와 LG유플러스의 U+네비 가입자는 각각 750만명, 400만명 규모이고 월평균 이용자는 각각 300만명, 200만명 수준이다.
최근에는 네이버도 월평균 1000만명이 사용하는 ‘네이버 지도’에 내비게이션 기능을 추가하며 시장에 진출했다. 대중교통 안내와 택시 호출, 내비게이션 서비스까지 하나의 앱 안에서 이용할 수 있는 게 네이버의 장점이다.
경쟁사들의 공세가 거세지자 SK텔레콤은 ‘T맵’ 서비스를 직접 챙기는 쪽으로 전략을 바꿨다. 그동안 ‘T맵’은 자회사 SK플래닛이 운영했으나 지난달 SK텔레콤이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했다. 앞으로 SK텔레콤이 T맵을 비롯한 LBS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키워가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합병 기일은 오는 4월5일로 예정됐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모바일 내비게이션 특성상 이용자가 많을수록 정확해지기 때문에 T맵의 품질이나 편리성을 쉽게 따라오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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