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대 현금 '5 대 5 법칙'
변동성 줄여 수익률 높여
[ 송형석 기자 ] 김 과장은 벌 땐 크게 벌지만 깨질 때도 크게 깨지는 전형적인 개미투자자다. 돈을 벌면 원금에 이익을 보태 재투자에 나선다. 손실을 봤을 때도 남은 돈을 전부 끌어모아 만회를 노린다.
하지만 이런 투자방식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김 과장이 첫 달엔 40%의 수익을 내고, 두 번째 달엔 30%의 손실을 본다고 가정해보자. 벌었을 때의 수익률이 잃었을 때의 손실률보다 큰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돈이 불어날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정작 계산을 해보면 딴판의 결과가 나온다. 처음 마련한 종잣돈이 1000만원이라면 두 달 뒤 잔액은 980만원이다. 40%를 벌어들였을 때 딴 돈보다 30%를 까먹었을 때 잃은 돈이 더 많았던 것이다. 이와 같은 매매패턴을 3년간 반복하면 김 과장의 원금은 695만원까지 감소한다.
이번엔 투자금의 절반만 주식에 넣고 나머지는 현금으로 가지고 있는 이 대리의 사례다. 그는 돈을 벌든 잃든, 현금과 주식의 비중을 50 대 50으로 맞춘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이 대리의 투자원금과 월평균 수익률은 김 과장과 똑같다고 가정해보자. 첫 달이 지난 이 대리의 수중엔 주식 700만원어치와 현금 500만원 등 총 1200만원이 남아 있다. 김 과장의 첫 달 평가액 1400만원과 비교하면 200만원이 부족하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양상이 달라진다.
이 대리는 ‘50% 법칙’을 맞추기 위해 600만원만 주식에 투자하고 나머지 600만원은 현금으로 보유한다. 다음달 보유 주식의 가치가 30% 떨어졌다. 600만원이던 주식 평가액이 420만원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이 대리에겐 쟁여둔 현금 600만원이 있다. 주식과 현금을 합하면 1020만원. 같은 패턴의 투자를 3년간 되풀이하면 이 대리의 원금은 1428만원으로 불어난다. 3년 사이 40% 이상의 수익을 올린 것이다.
김 과장과 이 대리의 사례는 이른바 ‘몰빵투자’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준다. 적절히 현금을 보유하면서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게 수익률 측면에서 훨씬 낫다는 교훈도 얻을 수 있다.
이 대리의 투자방식은 세계적인 수학자 클로드 섀넌이 발표한 균형 포트폴리오 이론에 따른 것이다. 이 이론은 ‘섀넌의 도깨비’로 불린다.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게 ‘50 대 50’의 법칙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비율은 주식 41.5%, 현금 58.5%다.
이 대리의 사례에선 현금이 전혀 불어나지 않는 것으로 가정했지만 실제로는 연 1%대의 이자가 붙는다. 개인자산종합관리계좌(CMA)에 돈을 넣어두면 조금이나마 원금을 늘릴 수 있다. 다만 리밸런싱을 너무 자주 하는 것은 금물이다. 거래비용이 쌓이면 기대만큼의 수익을 내지 못할 수 있어서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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