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발생 초기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 그 산하 질병관리본부가 초동대응에 실패한 것이 혹시 세종시 탓은 아닌지 의문스럽다. 관련 공무원들이 서울과 세종시를 오가며 생긴 비효율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한 관계자도 “장관이 주로 서울에 머물다 보니 세종시에 있는 관련 부서와 긴밀한 의사소통이 부족했다”며 “초기에 사태의 심각성을 간과한 원인 중 하나”라고 실토했다. 정부의 위기대응 능력이 떨어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 세종시 때문은 아닌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메르스 발생 초기 지휘자는 서울~세종~오송을 오가야 했다. 복지부는 2013년 말 세종시로 이전했고, 질병관리본부도 2010년 말 청주 오송생명과학단지로 내려갔다. 메르스 대응팀은 세종시와 오송에 있는데 브리핑은 서울에서 했던 것도 그래서다. 통솔이 제대로 될 리도 없다. 메르스 발생 병원의 명단이 틀려 혼란을 키운 것도 ‘세종시 리스크’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실무 공무원들은 모두 한가한 ‘시골구석’에 내려가 있다.
부처가 대거 세종시로 이전하면서 장·차관과 주요 간부가 서울 출장으로 자리를 비우는 시간이 많아졌다. 공무원의 업무 집중도 역시 현저히 떨어졌다는 평가다. 작년 상반기 세종시 13개 중앙행정기관 공무원이 서울 출장비용으로 쓴 예산만 75억6926만원에 달했다. 평일 업무시간에 서울까지 KTX를 이용하는 공무원이 한 달에 5000명 이상이고, 금요일에는 국장급 3분의 1이 아예 출장 중이다. 길거리에서 낭비하는 예산과 시간이 어느 정도일지 짐작할 만하다.
다른 부처 역시 복지부처럼 허둥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주무부처는 세종시에 있고, 이들과 밀접한 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하는 공공기관과 공기업은 전국의 혁신도시로 뿔뿔이 흩어져 있다. 에너지 분야만 해도 산업통상자원부는 세종시에 있는데 한국전력, 전력거래소 등은 전남 나주시로 내려갔다. 이러다 전력위기라도 터지면 같은 부실 대응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도, 공공기관도 다 전국으로 찢어져 집중력이 있을 리 없다. 세종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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