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명단' 공개후 발길 뚝 끊긴 대형 병원들
서울아산·삼성서울병원 등 북적이던 진료 대기석 '썰렁'
일부 퇴원…대거 이탈은 없어
확진환자 가족들은 눈치만…"걱정도 잠시…주변서 꺼려요"
[ 이준혁/박상용 기자 ]
“국내 최고 병원이라고 해서 지방에서 올라왔는데 사람이 너무 없어서 놀랐어요. 나중에 다시 와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마스크를 쓴 채 암환자 어머니를 모시고 온 40대 직장인)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외래예약 접수처 앞 대기석은 한산했다. 100여석 대부분이 비어 있었다. 그나마 병원 안을 오가는 사람 4명 중 3명은 마스크를 썼다. 엘리베이터를 타는 입구마다 ‘당분간 입원환자의 면회를 제한한다’는 푯말이 놓여 있었다. 지난달 26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환자가 이 병원 응급실에 28분 머물렀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외래환자가 급감했다. 서울아산병원은 하루 평균 외래환자가 국내 병원 중 가장 많은 1만명에 육박하는 병원이다. 하지만 불과 며칠 새 환자 수가 반토막났다. 신대성 서울아산병원 홍보과장은 “7일 메르스 (발생·경유) 병원이 공개된 ?외래환자가 10~20% 정도 줄었다”며 “병원 안전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데 진료 예약보다 연기나 취소를 문의하는 전화가 많다”고 전했다.
◆“병원에 오는 사람이 없다”
명단에 포함된 서울 시내 병원들은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은 분위기다. 이날 둘러본 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강남구)·건국대병원(광진구)·강동경희대병원(강동구)·여의도성모병원(영등포구) 등 주요 대형병원의 상황은 비슷했다. 전체적으로 진료환자가 절반 가까이 줄었고 의료진 격리에 따라 비상 운영이 불가피한 상태였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병원명 공개 여파로 2~3개월 뒤 예약까지 취소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며 “외래환자가 절반 정도 줄어든 것 같은데, 3차·4차 감염자가 병원에서 확산됐다는 불명예가 더해지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정말 걱정”이라고 말했다.
병원 앞 약국들도 ‘울상’이다. 삼성서울병원 정문 쪽에 있는 삼성강남약국 직원은 “처방환자가 종전보다 80% 가까이 줄었다”면서 “마스크나 손세정제는 제품이 들어오는 족족 팔려나간다”고 했다.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의 이탈 사례는 아직 많지 않다. 여의도성모병원은 “괴담이 퍼질 때부터 일부 환자의 퇴원이 잇따랐다”며 “하지만 의료진의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오면서 진행 중인 치료를 중단하고 나가는 환자는 이제 거의 없다”고 말했다.
◆환자 가족들까지 눈총 받아
이들 병원에서 만난 시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했다. 감염자 확산 소식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환자 가족들의 불편도 가중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만난 메르스 확진환자의 가족은 “주변에서 안 뒤 처음에는 걱정하는 전화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상대를 안 하려고 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환자 보호자라고 해서 환자를 만날 수도 없지만 가족 중 누가 또 감염됐을지 몰라 ‘이중삼중’으로 가시방석 같다”고 말했다.
의료현장 내 진료실 분위기는 조금씩 안정돼 가는 모습이다. 서울아산병원의 한 감염내과 전문의는 “한동안 별 증상이 없어도 막무가내로 검사해 달라고 하는 사람이 많아 거의 패닉 상태였다”며 “지금은 진료받는 환자 상당수가 감기 증상으로, 해열제 정도면 치료할 수 있는 경미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준혁/박상용 기자 rainbo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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