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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놀이하는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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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세환

'워커홀릭'이랄 정도로 일에 빠진 한국인
중요한 건,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즐기는 것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

성공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자의 가르침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나 역시 잔잔한 일상 속에서 소박한 기쁨을 느끼며 즐겁게 일하다 보니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계획한 것도 아니고 작정한 것도 아니었지만 애정을 가지고 일을 즐겼기 때문에 자연스레 성과도 좋았다는 얘기다.

억지로 일을 하거나 과욕을 부리면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다.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성공의 비결은 즐기는 데 있다고 본다. 인간은 생각하고(homo sapiens) 만드는(homo faber) 사람이다. 또한 정치적이며(homo politicus) 경제적인(homo economicus) 사람이다. 그러나 가장 매력적인 본성은 호모 루덴스(homo ludens), 즉 놀이하는 인간에 있다. 무엇보다 재미와 즐거움이야말로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가치라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호모 루덴스의 모습과 거리가 먼 것 같다. 지난해 ‘도그하우스 다이어리’라는 해외 유명 만화 사이트가 국가별 특징을 키워드로 표시한 세계지도를 내놨다. 미국은 노벨상, 독일은 월드컵, 프랑스는 관광, 일본은 로봇 등으로 그려진 반면 한국은 ‘워커 홀릭’으로 표현됐다고 한다. 물론 오늘날과 같은 치열한 생존경쟁의 시대에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일에서 재미를 찾고 삶을 즐기지 못한 채 무작정 달려가기만 하면 언젠가 강제로 멈춰야 하는 때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기업은 직원의 피로도가 쌓이면 결코 좋은 성과를 내기 어렵다. ‘펀 경영’과 ‘일하기 좋은 일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다. 국가 경제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다. 한국 정부는 창의성을 핵심가치로 하는 과학기술을 토대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겠다는 창조경제에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일과 삶을 즐기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상상력과 아이디어가 넘쳐나는 창조경제가 제대로 실현될 수 없다고 본다.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은 “나는 평생 동안 하루도 일을 하지 않았다. 그것은 모두 재미있는 놀이었다”고 했다. 개인의 성공도 기업의 발전도 한국 경제의 창의성도 모두 신나게 즐기는 데 있다고 믿는다. 놀이하는 인간이 넘쳐나는 세상을 희망한다.

성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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