펩시, 아리조나 등지서 레벨4 무인 트럭 투입
물류 파급력 주목…트럭기사 고용불안 등 과제 남아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미국의 대표 식음료 기업 펩시코(펩시)가 인간 운전자가 필요 없는 무인 트럭을 실전 물류에 도입해 차세대 자율주행 트럭의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현재 미국 애리조나주에서는 펩시의 완전 무인 트럭 35대가 고속도로와 일반 도로를 달리며 공장에서 창고나 소매점으로 과자와 음료수 등 제품을 운송하고 있다.
펩시 트럭은 현재 개발이 한창인 '레벨4'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됐다.
종전의 레벨3 차량은 특정 조건에서만 자율주행 기능이 적용되기 때문에 인간이 운전대 앞에 앉아 돌발 상황에 대비해야 했다. 반면 레벨4 차량은 인간의 모니터링 없이도 항시 자동 제어를 해, 운전석을 비워놓고 사실상 '100% 무인' 운행을 구현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완전 무인 운행인 레벨5 바로 아래 단계다
미국 주요 소비재 기업 가운데 레벨4 트럭으로 대규모 물류 작업을 처리하는 사례는 펩시가 처음이라고 WSJ는 전했다.
펩시는 텍사스주와 아칸소주에서도 각각 5대와 1대의 무인 트럭을 운영한다. 이트럭은 일본 상용차 업체 '이스즈'의 모델을 토대로 자율주행 트럭 기업인 '가틱'이 설계와 생산을 맡았다.
트럭은 카메라, 레이더, 라이다(레이저 센서) 등 장비로 도로 환경을 분석해 차량을 제어한다.

WSJ는 자사 기자가 펩시 트럭에 시승한 결과 자율주행 시스템이 커브 길에서 안정적으로 운전대를 돌렸고 전 구간 내내 제한 속도를 철저히 지키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펩시와 가틱은 2022년 자율주행 트럭 도입에 착수해 수년간은 인간 운전사를 탑승시키는 방식을 택하다 지난해 6월 전면 무인화로 전환했다.
펩시는 자사 자율주행 트럭이 공공 도로에서 운행한 이래 지금껏 사고를 낸 적이 없다고 밝혔다.
펩시의 짐 패럴 수석 부사장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가동하는 공급망 시스템은 실험실 환경에서의 테스트가 아닌 실전 상황"이라며 "이미 여러 현업 현장에서 실황 네트워크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레벨4 자율주행은 미국에선 주로 '웨이모' 등 무인 택시 서비스에서 상용화 시도가 활발하나, 차량 업계에서는 레벨4 화물차가 훨씬 더 경제적 파급력이 클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야간 시간 등의 제약 없이 물류 효율과 속도를 대폭 끌어올려 식품 등 운송 비중이 높은 업종의 수익성·경쟁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펩시 측은 이 자율주행 트럭이 정시 도착률이 99%에 달해 정확도가 높으며, 인간 운전자의 일일 운행 시간을 제한하는 현행 규제에서 자유롭고 트럭 기사 구인난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 등이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자율주행 차량 도입에 따른 진통도 적잖다. 펩시는 지금껏 물류망 운영을 위해 미국에서 수천 명의 트럭 기사를 고용해 왔는데, 해당 인력을 대거 줄여야 할 상황이 현실화할 수 있다.
펩시 트럭 기사의 상당수는 각종 노조에 가입돼 있고, 이들 노조는 자율주행 트럭 상용화를 완강히 반대하며 인간 감독자의 트럭 동승을 의무화하는 규제 도입 등을 촉구하고 있다.
패럴 부사장은 "핵심은 자율주행 도입으로 고용을 대폭 늘리지 않고도 사업을 확장하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물동량이 폭증하는 명절 등 성수기에 기사 구인난이 심각한데 이때 무인 트럭을 투입해 물류 공백을 메울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미국에서는 자율주행 차량의 안전을 규제하는 연방법이 아직 없다. 이 때문에 무인 차량을 운영하는 기업은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과 각 주 정부에다 자발적으로 안전성 평가서를 제출하며 사업을 진행한다.
펩시가 주로 레벨4 트럭을 운영하는 애리조나주는 주 정부 가운데 자율주행 기술에 특히 더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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