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개헌한다니 직접 보러 왔어요"…日헌법 원본에 몰린 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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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개헌한다니 직접 보러 왔어요"…日헌법 원본에 몰린 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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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포] "개헌한다니 직접 보러 왔어요"…日헌법 원본에 몰린 발길
    '패전 직후 제정' 日헌법 원본 특별전시…연휴 오전에도 관람객 북적
    "개헌에 관심 없다"·"평화헌법 유지 희망"…시민들 의견은 분분


    (도쿄=연합뉴스) 조성미 특파원 = "요즘 하도 개헌이 이슈니까 헌법 원본을 실물 공개한다기에 직접 눈으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찾아왔습니다."
    일본의 장기 연휴(골든위크) 마지막 날인 6일 오전 9시 30분 도쿄 지요다구의 일본 국립공문서관 특별 전시관은 휴일의 비교적 이른 시간임에도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일본 국립공문서관은 지난 3일이었던 일본의 헌법기념일을 맞아 1946년 제정, 이듬해 시행된 헌법 원본을 지난달 29일부터 이날까지 특별 전시했다. 통상적으로는 상설 전시관에 복제본을 전시한다.
    유리 상자 안에 전시된 일본 헌법 원본은 여러 장이 한 권으로 묶인 형태여서 맨 앞면인 히로히토 일왕의 공포문(상유) 밖에 관찰할 수 없었다.
    전쟁과 무력행사의 영구 포기, 육해공군 전력 보유와 교전권 부인을 명시해 일본 헌법이 이른바 '평화헌법'이라는 별칭을 얻게 한 부분이자 자민당 정권이 추진 중인 개헌 내용 중 가장 큰 주목을 받는 헌법 9조 항목들은 노출되지 않았다.
    자국 헌법 원본을 직접 보려고 줄을 서서 기다린 일본 시민들은 자신의 차례가 되자 스마트폰으로 연신 사진을 찍거나 공책에 무언가를 메모하며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관람을 마친 이들에게 헌법 원본을 직접 보러 온 이유에 관해 물었다.
    학구적인 이유나 단순한 호기심 때문이라고 대답하는 이들과 지난해 취임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헌법 개정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면서 헌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 왔다는 대답이 반반 섞여 돌아왔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30대 남성은 "헌법 원본을 실물로 볼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에 왔다. 내용은 웹페이지 등을 통해 볼 수 있어 이미 알고 있지만 실물로 보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카이치 내각이 추진하는 개헌에 대해서는 아직 큰 관심이 없다고 했다.
    40대 여성인 곤도 미치코 씨는 "정부가 개헌을 추진하고 있어서 헌법을 보러 왔다"고 정치적 이유가 관람 이유라고 확실히 말했다.
    곤도 씨는 "평화헌법이 없어지면 어떡하느냐는 위기감을 크게 갖고 있다"며 개헌 반대 집회에도 여러 번 참여했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의 평화헌법은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헌법으로 그대로 유지되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곤도 씨는 다카이치 총리가 주장하는 '강한 일본' 실현을 위한 개헌에 대한 의견을 묻자 "국제 사회에 증명할 수 있는 '강함'이란 무기를 보유하고 전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평화헌법을 지키면서 나라의 격을 올리는 것이 진정한 강한 나라"라며 목소리에 힘을 줬다.
    중학교 3학년이 된 아들과 전시장을 찾은 히구치 유야 씨는 "개헌에 관한 뉴스도 자주 들리고 아이의 수험 공부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서 헌법 원본 특별 전시를 찾았다"고 말했다.
    그는 헌법 원본을 눈으로 본 소감에 대해 "79년 전부터 시행돼 지금의 일본인들의 생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문서라는 것이 신기했고 헌법 덕에 안전하고 평화롭게 사는 것이라는 생각에 감사함도 들었다"고 말했다.
    히구치 씨는 개헌에 관한 의견을 묻자 "아직 논의가 시작된 직후라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면서 정치권의 논의 진척 상황을 보고 찬반 의견을 정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다카이치 총리가 "시대의 변화에 따라 헌법도 변해야 한다"고 말한 것을 언급하며 "그 말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논쟁거리가 되는 9조 외에도 교육 충실 등 검토해야 할 사안이 많다고 생각하는데 9조 관련 내용밖에 주목받지 못하는 것은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법학을 전공한 60대 도쿄 시민이라고 밝힌 한 남성 관람객도 히구치 씨처럼 아직 개헌에 대한 찬반은 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집권 자민당은 그동안 헌법 개정 사항으로 자위대 명기, 긴급사태조항, 선거구 합구(合區) 해소, 교육 충실 등 4가지를 주장해왔으며 이 중 핵심은 자위대 명기와 관련된 9조의 변화 여부다.
    이 관람객은 개헌 찬반은 미정이라면서도 평화헌법의 근간이 되는 9조를 바꾸는 것에는 반대한다며 "평화헌법을 기본으로 해야 2차 세계대전에서의 패착이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 헌법도 변해야 한다"고 한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을 언급하면서 "국제 정세가 이렇게 어지러운 지금 시대야말로 헌법 9조 내용이 더욱 필요하다. 불안한 시대일수록 기본이 중요한 법"이라고 강조했다.
    이 남성은 다카이치 총리가 지지율 고공행진을 하는 데 대해 "사람들이 K팝 가수를 좋아하는 것처럼 총리가 아이돌 같은 이미지가 있다"며 "쌀값을 비롯한 물가 급등, 세금 증가 등 국민들의 실생활에는 어려움이 커지는데 해결은 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다카이치 총리가 자주 언급하는 '강한 일본'에 대해 "대체 '강한 일본'이 무엇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처럼 다른 나라에 대한 공격을 감행할 수 있는 나라가 강한 일본인가, 다른 나라의 공격을 잘 막아 낼 수 있으면 강한 일본인가. 구체적인 내용 없는 '캐치프레이즈'로 인기를 얻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날까지 일본 헌법 원문을 특별 공개한 일본 국립공문서관은 도쿠가와 막부 시절부터 축적된 일본의 공문서를 저장, 전시하는 공간으로 각 부처에서 사용이 끝나 이관되는 공문서는 연평균 2만5천권으로 알려져 있다.
    헌법 원본과 함께 특별 전시된 문서 원본들 가운데는 이토 히로부미의 친필 서명이 담긴 청일전쟁 강화조약 원본 등도 포함됐다.

    cs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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