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임원 23% ABC 분야서 발탁…ABC 스타트업 투자도 활발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LG그룹이 이번 연말 인사에서 미래 먹거리인 인공지능(AI)·바이오·클린테크 등 이른바 'ABC' 분야 인재를 대거 발탁하는 등 미래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ABC 분야에 연구 개발과 투자를 집중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해 새로운 고객 가치 창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LG그룹은 지난 21일 단행한 2025년 임원 인사에서 AI 분야 전문가인 1980년대생 3명을 신규 임원으로 선임하는 등 전체 신규 임원의 23%인 28명을 ABC 분야에서 발탁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점 찍은 ABC 분야를 중심으로 미래 준비를 철저히 하고 도전적인 목표를 세워 변화와 혁신에 속도를 높인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LG는 오는 2028년까지 5년간 100조원 규모의 국내 투자에 나설 예정이며 이중 약 50%인 50조원 이상을 미래 성장사업과 신사업에 할당할 방침이다.
구 회장은 앞서 지난 9월 사장단 워크숍에서 "기존에 해오던 방식을 넘어 최고, 최초의 도전적인 목표를 세워 LG의 미래에 기록될 역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시장 트렌드와 경쟁 구도가 급변하는 가운데 미래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과감한 도전에 나서자는 의미다.
LG는 2020년 설립한 싱크탱크인 LG AI연구원을 중심으로 AI 기술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LG AI연구원은 2021년 12월 대형언어모델(LLM) 엑사원 1.0을 발표한 이후 2023년 7월 엑사원 2.0, 지난 8월 엑사원 3.0을 차례로 공개하며 생성형 AI를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계열사와 글로벌 파트너사가 각 산업 영역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전문가 AI'를 만들고 있다. 이런 투자는 계열사의 생산라인, 제품 개발 등에서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LG전자의 경우 주 단위로 국가별, 지역별 제품 판매 수요를 예측하는 데 AI 기술을 적용하고 있으며, LG이노텍은 카메라 렌즈와 센서의 중심을 맞추는 공정에 AI 기술을 도입해 최적화 기간을 50% 이상 단축했다.
구 회장은 지난 6월 미국 실리콘밸리를 찾아 AI 반도체 설계업체인 텐스토렌트와 AI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 피규어 AI를 방문, AI 밸류체인을 점검하고 AI 분야 최신 기술 동향을 살폈다.
바이오와 클린테크 분야에서도 투자와 육성에 힘을 싣고 있다.
LG화학 생명과학본부는 지난해 사상 최초로 연 매출 1조원을 넘었다. 올해 초에는 미국 리듬파마슈티컬스에 약 4천억원 규모의 희귀비만증 신약 기술을 수출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LG화학은 항암 영역의 혁신 신약을 중심으로 글로벌 신약 공급 파이프라인을 확보, 글로벌 제약사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구 회장도 지난해 글로벌 바이오산업 메카로 불리는 보스턴을 찾아 글로벌 톱티어(일류) 제약사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을 점검했다. 항암 연구기관인 다나파버 암 센터와 글로벌 스타트업이 모인 랩센트럴을 방문해 바이오 분야의 최신 시장 트렌드와 기술 동향을 살피기도 했다.
LG화학 생명과학본부는 매출 대비 R&D 비용 지출 규모를 해마다 30% 이상을 유지하며 기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클린테크 분야에서는 바이오 소재, 신재생에너지 산업소재, 폐배터리 재활용, 전기차 충전 사업 등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LG화학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친환경 소재와 전지 소재, 글로벌 신약 등 3대 성장동력 중심으로 전환했고, LG에너지솔루션은 재생에너지 활용 등 클린테크 분야 역량 강화를 위해 사내 독립기업을 설립했다.
LG는 ABC 분야 글로벌 스타트업 투자를 활발히 진행하며 LG 계열사와의 협업 기회도 늘리고 있다.
2018년 실리콘밸리에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인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설립한 데 이어 2020년에는 LG전자 북미이노베이션센터(LG NOVA)를 설립하는 등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힘써왔다.
글로벌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역할을 맡고 있는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LG 계열사 7곳이 출자해 조성한 1조원 규모의 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80여 곳의 스타트업과 펀드에 3억6천만달러(약 5천억원)를 투자했으며, 특히 이중 절반 가량은 ABC 분야에 투입했다.
LG 관계자는 "현재 LG의 주력사업이 된 자동차 부품 사업과 배터리 사업도 20년, 30년이 넘는 기술 개발과 투자가 뒷받침된 성과"라며 "미래를 내다보고 미리 준비해 새로운 산업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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