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어린이들 벨라루스 끌려가 "바이든 죽어라" 세뇌교육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이 벨라루스로 끌려가 러시아를 찬양하고 미국에 대한 반감을 키우는 교육을 받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벨라루스와 러시아의 정부 자료, 폴란드 싱크탱크 보고서 등을 분석해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지에서 벨라루스로 이송된 어린이의 수가 2천명이 넘는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 어린이는 지난해 봄부터 310명씩 7개 집단으로 나뉘어 벨라루스 국유기업 벨라루스칼리가 운영하는 요양원에 입소했다.
어린이들은 기초 군사훈련을 받고 러시아 정교회 성직자들을 만난 데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미화하는 오락물을 즐겼다.
작년 10월 소셜미디어 영상을 보면 여성 2명이 극장에 모인 어린이들 앞에서 푸틴 대통령을 찬양하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죽음을 부르짖는다.
여성 중 하나가 무대 조명 아래서 마이크를 잡고 "푸틴이 이겨 우크라이나 전체를 장악했습니다"라고 결론을 내리자 어린이들은 박수갈채를 보냈다.
벨라루스는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어린이들을 구호한다는 명분으로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지에서 어린이들을 데려가고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는 전쟁 중에 남의 영토에서 강행하는 이런 행위가 불법이며 특히 전쟁범죄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많다.
러시아는 작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 등 우크라이나 4개 주(州)를 합병한다고 선언했다.
우크라이나 어린이 이송과 세뇌 교육 문제를 조사해온 '국가위기방지관리그룹'(NAM)은 수집한 증거들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출했다.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활동하는 NAM은 망명한 벨라루스 야당 지도자가 이끄는 반정부 성향의 싱크탱크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본부를 둔 ICC는 전쟁 중에 발생하는 반인도적 범죄를 처벌하는 상설 재판소이다.
ICC는 우크라이나 어린이를 러시아에 강제로 데려간 행위를 전쟁범죄로 보고 푸틴 대통령에게 올해 3월 체포영장을 발부하기도 했다.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리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통치하는 벨라루스는 대표적인 친러시아 국가다.
벨라루스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때 러시아군에 발판을 마련해준 데 이어 지금은 러시아 용병단 바그너그룹에 기지를 제공하고 있다.
러시아는 벨라루스에 대한 서방의 공격을 억제하기 위해 벨라루스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하는 등 공동 운명체로서 결속을 다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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