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美·필리핀 밀착에 미국 비판하고 필리핀 감싸기 '투트랙'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중국이 미국과 필리핀의 자국 겨냥 밀착 행보에 대해 미국을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필리핀에 대해서는 미국의 압박을 받고 있다며 감싸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환구시보는 3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이 정상회담 후 채택한 공동성명에서 대만해협, 남중국해, 미·일·필리핀 3자 협력을 언급한 것에 대해 "미국과 필리핀 관계가 과거의 밑바닥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관측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중국의 경쟁에 관여할 의사가 없다는 마르코스 대통령의 발언을 소개하며 필리핀이 미국의 강력한 압박을 받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라고 전했다.
리하이둥 중국 외교학원 교수는 환구시보에 "회담 내용을 보면 미국이 회담을 주도하며 필리핀을 이용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자국의 핵심 목표를 달성하려고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필리핀은 중·미 어느 한쪽에도 줄을 서고 싶지 않다고 밝혔지만, 현재로서는 군사와 안보 분야에서 미국에 휩쓸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 남중국해연구원 천샹먀오 연구원은 "미국이 공동성명에서 필리핀에 대한 남중국해 안보 약속을 재확인한 것은 남중국해 문제가 미국에 의해 양국 관계의 일부가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남중국해 문제가 미·필리핀 상호방위조약에서 드러날지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필리핀 공동성명에서 대만 문제가 거론된 것에 대해서도 "미국이 대만해협 문제를 양국 의제에 포함했고, 이것은 매우 위험한 신호"라며 필리핀을 미국의 이해관계에 철저히 종속시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마르코스 대통령은 미국의 장기알이 되고 싶지 않고 중국의 핵심 이익에 도전할 필요도 없지만, 미국의 강력한 압박으로 그의 표정은 창백하고 무력해 보였다"고 말했다.
신문은 이 밖에도 미·일·필리핀 3자 협력이라는 표현에 주목하며 이는 아·태 지역에서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다자구도라고 주장했다.
리하이둥 교수는 "미국은 일본·한국과 3자 구도를 만들었고, 일본·인도·호주와 안보 메커니즘을 추진하고 있다"며 "미국이 중국 관련 의제를 놓고 아·태 지역에서 작은 다자 메커니즘을 구축하려는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향후 아·태 정세는 미국의 파괴적인 정책으로 점점 긴장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천 연구원도 "필리핀이 군사와 안보 분야에서 미국에 종속적인 입장을 바꾸기 어렵지만, 미국이 필리핀을 끌어들여 꼭두각시로 만들 가능성은 작다"며 "필리핀은 주권 국가로서 자국의 이익이 있고, 자국의 정치생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필리핀과의 관계에서 중대한 변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각 분야 협력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며 "의견 차이를 잘 통제하고 소통을 강화해 양국 관계에서 미국의 요소를 줄여야 한다. 중국·필리핀 관계가 나빠지면 가장 큰 혜택을 보는 것은 미국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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