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 수장·세계적 석학도 자택 초대…성범죄자 엡스타인의 인맥
엡스타인과 저녁식사한 촘스키 교수 "정치·학술적 대화 나눴다"
앤드루 英왕자도 성범죄 연루 의혹…클린턴·트럼프도 개인제트기 탑승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스스로 목숨을 끊은 억만장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인맥이 당초 알려진 것보다 훨씬 방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현지시간) 엡스타인의 일정표 등 개인 서류를 인용해 엡스타인이 지난 2014년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세 차례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번스 국장은 2014년 당시 국무부 부장관이었다.
일정표에 따르면 엡스타인은 워싱턴에서 처음 번스 국장을 만났고, 이후 두 차례에 걸쳐 그를 자신의 저택에 초대했다.
CIA는 번스 국장이 지인을 통해 엡스타인을 소개받은 뒤 뉴욕에서 한차례 짧게 만난 기억만 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WSJ은 두 사람이 만난 2014년은 이미 엡스타인이 성범죄자라는 사실이 알려진 상황이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2006년 플로리다주에서 14세 소녀를 성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엡스타인은 검찰과의 협상을 통해 유죄를 인정하고 13개월간 복역했다.
당시 미국 언론이 엡스타인 사건을 자세히 보도하는 등 억만장자의 성범죄 사실이 적지 않은 물의를 일으켰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현직 고위 공직자가 자택을 방문할 정도로 친분을 쌓은 것 자체가 부적절하지 않으냐는 지적이다.
WSJ은 엡스타인이 번스 국장 이외에도 세계적인 언어학자인 노엄 촘스키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명예교수를 2015년 자신의 맨해튼 저택으로 초청해 저녁 식사를 함께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촘스키 교수는 엡스타인과 정치·학문적인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고 해명했다.
이와 함께 엡스타인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고문으로 재직한 캐슬린 룸러와도 여러 차례 회동했다.
그는 현재 골드만삭스에 재직 중이다.
또한 엡스타인은 바드대학 총장의 초대로 대학을 방문한 사실도 확인됐다. 리언 보츠타인 바드대 총장은 기부금을 요청하기 위해 초청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인 엡스타인은 수십명의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체포된 직후인 2019년 뉴욕의 감옥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앞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차남 앤드루 왕자도 엡스타인의 성범죄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피해자에게 1천200만 파운드(약 202억 원)가 넘는 거액의 합의금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빌 클린턴·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등 유명 인사가 엡스타인의 개인 제트기에 탑승한 사실도 확인됐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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