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연례 기자회견 취소는 전쟁에 흉흉해진 민심 탓"
영국 국방부 정보 분석…"우크라 관련 질문 나올까 우려"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매년 해오던 연말 기자회견을 올해 취소한 이유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민심이 크게 악화했기 때문이라고 영국 국방부가 진단했다.
영국 국방부는 13일(현지시간) 트위터로 공개한 우크라이나 관련 정보 업데이트에서 "푸틴의 기자회견 취소는 러시아 내에서 전쟁에 대한 반감이 팽배해진 상황을 우려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크렘린 관료들은 푸틴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가 '특별군사작전'에 관한 승인되지 않은 얘기에 할애될 가능성에 대해 극도로 예민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특별군사작전'이라고 칭한다.
통상 푸틴 대통령이 참석하는 기자회견의 질문들은 대부분 사전에 검열되고 통제되지만, 올해는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중대한 사안이 진행 중이어서 관련 질문이나 문제 제기를 완전히 차단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란 해석이다.
기자회견에서 전쟁에 관한 논의가 이어지면, 그렇지 않아도 흉흉한 민심을 더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에 기자회견 자체를 아예 취소한 것으로 영국 국방부는 풀이했다.
러시아군은 10개월째 이어지는 전쟁에서 고전하고 있다. 특히 병력 손실을 보충하기 위해 지난 9월 전격적으로 단행된 예비역 30만 명 동원은 광범위한 국민적 불만을 불러일으켰다.
전쟁으로 인한 인명 피해와 경제적 손실이 갈수록 커지는 반면 평화협상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해 러시아 여론이 점점 더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푸틴 대통령은 2012년 이후 작년까지 매년 12월에 연말 기자회견을 열어 정치·경제·사회·군사·외교 등 국정 전반에 관한 수많은 질문에 답해왔으나, 올해는 하지 않기로 했다고 크렘린궁이 전날 밝혔다.
작년까지 푸틴 대통령의 연례 기자회견은 내외신 기자 수백명이 참석한 가운데 TV로 생중계됐다. 통상 4시간가량 이어져 '마라톤 회견'이란 별명이 붙었으며, 푸틴 대통령이 서방을 향해 중요한 메시지를 던지는 창구 역할도 해왔다.
그는 우크라이나 침공 준비설로 역내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작년 12월 23일 열린 연말 기자회견에서는 러시아가 이웃 국가를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게서 안보 위협을 받고 있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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