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서 경찰 총에 맞은 집시 소년, 중태 8일 만에 숨져
집시 지역사회와 유족들, 과격 시위 자제 당부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그리스에서 경찰이 쏜 총에 머리를 맞아 중태에 빠졌던 16세 집시 소년이 13일(현지시간) 숨을 거뒀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그리스 테살로니키에 있는 히포크라테스 병원은 소년이 이날 오전 10시 10분에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소년은 지난 5일 새벽 테살로니키의 한 주유소에서 트럭에 20유로(약 2만7천원)어치 기름을 채운 뒤 돈을 내지 않고 달아났다.
마침 당시 주유소 안에는 경찰관 4명이 있었고, 추격전 끝에 한 경찰이 소년의 머리에 총을 쐈다.
소년은 이후 히포크라테스 병원으로 옮겨져 응급 수술 뒤 집중 치료를 받았으나 사건 발생 8일 만에 유명을 달리했다.
그리스 시민들은 단돈 20유로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경찰의 과잉 대응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테살로니키뿐만 아니라 아테네 등 그리스 곳곳에서 며칠째 대규모 과격 시위가 이어졌다.
총을 쏜 경찰관은 소년이 트럭을 몰고 가면서 신호를 위반하고 동료 경찰이 탄 오토바이에 충돌하려고 해 시민과 동료를 보호하기 위해 총을 쐈다고 해명했다.
해당 경찰관은 체포돼 현재 조사를 받고 있다.
소년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뒤 이날 저녁 테살로니키와 아테네에서 시민 수천명이 거리로 쏟아져나와 항의 시위를 벌였다.
그리스 현지 언론은 시위대가 타이어에 불을 지르고 도로를 봉쇄했다고 전했다.
또다시 과격 시위가 벌어질 조짐이 보이자 소년이 살았던 그리스 집시 지역사회 회장인 안토니스 타시오스와 유족들은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타시오스 회장은 "이곳의 모두가 울고 있다. 아이가 이렇게 떠나는 것은 부당하다"며 "우리는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스에서는 지난해에도 집시 청년이 경찰 총에 맞아 숨졌으며, 앞서 2008년에는 15살 소년이 경찰에 피격되면서 대대적 반정부 시위로 이어지기도 했다.
타키스 테오도리카코스 그리스 시민보호 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16세 소년의 죽음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며 "유족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이 사건은 우리 사법 시스템에 의해 사실관계와 책임 소재를 조사 중"이라며 "우리 모두 이 절차를 존중하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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