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챗·틱톡·바이두·T몰까지…중국정부, 빅테크 알고리즘 장악
빅데이터 시대 강력 인터넷 통제기반 마련…검열·삭제→노출정보 선택 시대 전환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14억 중국인 대부분이 쓰는 텐센트의 메신저 위챗, 중국판 틱톡인 바이트댄스의 더우인, 대표 검색엔진인 바이두, 중국인이 가장 많이 물건을 사는 인터넷 쇼핑몰인 알리바바의 T몰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민간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들이 어떻게 고객들에게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지 결정하는 알고리즘이 중국 당국의 손에 들어갔다.
빅데이터의 시대, 중국 당국이 이용자들에게 어떤 콘텐츠가 노출될지 결정하는 알고리즘을 완벽하게 장악하게 되면서 중국의 인터넷 통제가 검열과 삭제를 중심으로 한 수동적 방식에서 콘텐츠의 흐름의 물결을 능동적으로 바꾸는 더욱 강력한 방식으로 바뀌게 됐다.
중국 정부의 인터넷 감독 기구인 국가사이버정보판공실(CAC)는 지난 12일 홈페이지에 올린 공고에서 '인터넷정보서비스 알고리즘 추천 관리 규정'에 근거해 인터넷 기업들이 알고리즘을 당국에 등록했다면서 총 30개 목록을 공개했다.
공개된 알고리즘 목록에는 텐센트의 위챗, 바이트댄스 더우인, 검색엔진 바이두, 알리바바의 쇼핑 플랫폼인 T몰과 타오바오, 소셜미디어 웨이보, 중국판 '배달의 민족'인 음식배달 앱 메이퇀 등 중국인들이 일상적으로 쓰는 서비스가 대부분 망라됐다.
이번에 등록된 알고리즘은 대부분 어떤 콘텐츠를 고객들에서 우선 노출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순위 결정', 어떤 방식으로 고객별 맞춤 정보를 제공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특성화 서비스'를 결정하는 데 쓰는 것들이다.
텐센트, 알리바바, 바이두 등은 '순위 결정' 알고리즘과 '특성화 서비스' 알고리즘을 각각 별도로 당국에 제출했다.
중국 당국이 오랫동안 민간 회사의 영업 기밀로 간주되던 알고리즘을 장악한 것은 2020년 '마윈 사태' 이후 진행된 '빅테크 길들이기'의 연장선에 있는 조치로 여겨진다.
중국 당국은 합법적으로 알고리즘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3월 '인터넷정보서비스 알고리즘 추천 관리 규정'이라는 것을 만들어 대형 인터넷 서비스 기업들이 의무적으로 당국에 핵심 알고리즘을 넘기도록 요구했는데 이번에 그 첫 결과가 발표된 것이다.
중국 당국은 최근 각 인터넷 회사에 '부정적 콘텐츠'를 제거하고 '긍정적 콘텐츠'를 이용자들에게 노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당국이 주요 인터넷 사업자들의 알고리즘 작동 방식까지 완벽하게 장악하게 되면 '긍정적 콘텐츠' 위주로 인터넷 공간을 '정화'하려는 중국 당국에 한층 힘이 실릴 전망이다.
과거 텍스트와 사진 정보가 위주이던 사절까지만 해도 중국은 검열과 삭제 위주의 인터넷 통제 전략을 구사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인터넷 공간이 비약적으로 커지고 인터넷 공간에서 유통되는 콘텐츠 역시 전통의 문자 키워드 검색만으로는 통제하기 어려운 영상 위주로 바뀌면서 중국 당국은 빅데이터 관리의 가장 핵심적인 방법인 알고리즘 장악으로 눈을 돌렸다.
실제로 최근 들어 중국 당국은 위챗, 웨이보, 더우인 등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들에게 애국심을 고취하는 '긍정적 에너지'를 중심적으로 사용자들에게 노출하도록 요구하는 한편 사회 불만 표출, 당국 비판, 재난재해 상황 전파, 경제난 부각 등 '부정적 에너지'에 관한 뉴스를 알아서 먼저 거르라고 요구하고 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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