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진에어 인수 우려…"주가부담·자본확충 가능성 주시"
산은·수출입은행의 대한항공 CB 전환은 '지분가치 희석 우려'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 대한항공[003490]의 진에어[272450] 지분 인수와 관련해 14일 증권가 일각에서 인수 가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180640]은 전날 이사회를 열고 오는 15일 자회사 진에어 주식 전량을 다른 자회사인 대한항공에 매각하기로 결의했다.
매각 대상 주식은 한진칼이 보유한 진에어 주식 2천866만5천46주(지분율 54.91%)로 전체 매각 규모는 약 6천48억원이다.
대한항공은 주식 취득 목적을 "저비용항공사(LCC) 수직계열화를 통한 사업 시너지 추구"라고 밝혔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020560]이 합병한 이후 진에어, 에어부산[298690], 에어서울이 합쳐진 통합 저비용항공사(LCC)를 대한항공 산하에 두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해석된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확정되기 전에 진에어 지분부터 취득한 것"이라며 "이는 한편으로 해외 기업결합 심사에 대해 그만큼 자신이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진에어가 자체적으로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인수할 경우 유상증자 등 추가 자본 확충이 불가피했다"며 "화물 호황으로 자금 여유가 많은 대한항공이 직접 나선 덕분에 진에어와 한진칼 모두 재무 부담이 크게 경감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진에어는 대한항공의 자회사로 출범했으나 2013년 한진칼의 자회사로 배정돼 대한항공 주가에 부정적으로 반영됐다"며 "이후 중·단거리 항공 여객 시장에서 LCC들의 빠른 시장 침투가 대한항공 등 기존 항공사들에 위협이 됐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한항공이 진에어를 다시 인수하는 것은 LCC라는 성장동력을 회복하게 되는 것으로 주가에 긍정적이라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증권가에선 인수 가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한진칼이 대한항공에 매각하는 진에어 주식 가격은 주당 2만1천100원으로 13일 종가(1만6천550원)보다 27.5% 높은 가격이다.
박수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룹 차원에서는 진에어를 대한항공 자회사로 편입하는 결정이 타당하다고 판단한다"면서도 "(진에어에) 시가 대비 27.5% 프리미엄을 부여해 단기적으로 대한항공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지금과 같이 불안정한 거시 환경에서 대한항공 주주 가치 제고 측면에서 아쉬운 부분"이라며 "그룹 내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목적성이 한진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과도한 프리미엄 부여로 퇴색됐다"고 덧붙였다.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딜이 대한항공의 재무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판단한다"면서도 "추가적인 자본 확충 가능성에 대해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이 보유 중인 3천억원 규모의 대한항공 영구 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주식 희석 부담 우려도 나왔다.
대한항공은 전날 제92회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의 채권자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전환권을 행사했다고 공시했다. 대한항공이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고자 2020년 6월 발행한 전환사채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이) 풍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가운데 불필요한 금융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당연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채권단의 지분율은 5.5% 수준으로 대한항공의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는 수단은 아니다"며 "전환 상장 이후 오버행(대량 물량 출회 부담) 이슈가 제기될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한화투자증권 박 연구원은 "CB 전환만 반영한 주가 최대 하락 폭은 3% 내외를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전환 예정 주식 수는 약 2천40만주 규모로 5.9% 수준의 희석이 예상된다"면서도 "여전히 아시아나항공 인수 등 가치 평가를 변동시킬 이벤트는 다수 상존해 이를 고려해 가치평가(밸류에이션을 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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