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타리카 대통령 당선인 "골리앗에 맞선 '혁명적' 승리"
'反기득권' 자처한 경제학자 차베스, 전 대통령 꺾고 당선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로드리고 차베스 코스타리카 대통령 당선인은 4일(현지시간) 자신의 대선 승리가 정치 기득권층에 맞서 이뤄낸 '혁명'이라고 표현했다.
전날 실시된 대선 결선투표에서 승리한 차베스 당선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4월 3일 코스타리카에선 혁명이 있었다"며 "전에 없던 일이고 행정부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일"이라고 표현했다고 EFE·AP통신 등이 보도했다.
경제학자인 차베스는 자신이 만든 중도우파 신생정당 사회민주진보당(PPSD)의 후보로 대선에 출마해 지난 2월 1차 투표에서 깜짝 2위에 오른 뒤 전날 결선에서 호세 마리아 피게레스 전 대통령을 52.9% 대 47.1%로 꺾고 당선됐다.
차베스 당선인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다"며 "가장 어린 정당, 자원도 적고 정부나 의회에 한 번도 입성한 적 없던 정당이 코스타리카 정계 골리앗에 맞서 승리했다"고 강조했다.
피게레스 전 대통령이 속한 중도 국가해방당은 이미 여러명의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으로, 지난 2월 국회의원 선거에서 57석 중 19석을 차지했다. 사회민주진보당은 이번에 처음으로 10석을 확보했다.
차베스 당선인은 자신의 승리가 "이 나라에서 가장 어려운 이들"의 도움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가장 적은 혜택을 받아온 이들이 더 많은 기회를 원한다고 외쳤다"고 말했다.
반기득권 이미지를 내세워온 그는 세계은행 간부 재직 중에 부하 여성 직원들을 성희롱한 혐의로 징계를 받은 사실이 선거 기간 뒤늦게 폭로돼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이기도 했다.
그러나 상대 후보인 피게레스 전 대통령도 뇌물 수수 의혹을 받았고, 논란 많은 두 후보 가운데 국민은 차베스를 택했다.
다만 선거 직전까지도 70% 넘는 유권자가 두 후보 모두 원치 않는다고 답했고, 실제로 결선 투표율도 50%대에 그쳤다.
차베스의 승리를 두고 미국 싱크탱크 윌슨센터의 벤저민 게던은 트위터에 "중남미의 반기득권 분위기와 일치하지만, 새 '핑크 타이드' 주장과는 반대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핑크 타이드'는 1990년대와 2000년대 중남미에서 온건 사회주의 성향의 좌파 세력이 득세한 것을 가리키는 말로, 최근 중남미 주요 국가에 속속 좌파 정권들이 들어서면서 제2의 핑크 타이드라는 진단이 나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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