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임 위기' 파키스탄 총리 "외국 세력이 정부 전복 시도"
불신임 투표 앞두고 대규모 유세…여당 일각에서도 '반란표' 조짐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경제난 등으로 의회 불신임 위기에 몰린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가 27일(현지시간) 외국 세력이 자신의 정부를 전복하려한다고 주장했다.
지오뉴스 등 파키스탄 언론에 따르면 칸 총리는 이날 밤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대규모 유세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외국 세력이 정부 전복 시도에 연관됐다며 "관련 자금이 파키스탄으로 흘러 들어왔고 우리 국민 일부도 이에 이용당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칸 총리는 청중에게 한 편지를 들어보이며 "우리는 서면으로 위협받았지만, 국익과 관련해서는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몇 달 전에 외국의 음모와 관련한 정보를 받았다며 "우리 정부는 일부 외국 세력이 원하지 않는 독립적인 외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구체적으로 어떤 외국 세력이 전복을 시도하는지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2018년 8월 취임한 칸 총리는 현재 의회 불신임 위기에 몰리는 등 최대 정치적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야권의 요구에 따라 이르면 28일께 총리 불신임 투표 관련 회기가 소집될 예정이며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에 투표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크리켓 스타 출신인 칸 총리는 2018년 총선에서 반부패, 정실인사 척결, 교육·의료 환경 개선 등을 약속하며 인기를 얻었다.
현재 파키스탄 하원은 342석으로 여권 연합의 의석수는 180석에 육박, 과반 172석을 넘는다.
여권 연합 가운데 칸 총리가 이끄는 테흐리크-에-인사프(PTI)는 155석을 차지하고 있으며 칸 총리는 지난해 3월 신임 투표에서도 의원 178명의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PTI 소속 의원 수십명이 불신임 찬성표를 던질 조짐을 보이기 때문이다.
'물밑 정계'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군부도 칸 총리에 대한 암묵적 지지 입장을 철회했다는 보도도 나온다.
이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칸 총리가 이날 대규모 유세를 통해 지지세를 과시하려고 나선 것이다. 경찰은 이날 유세장에 2만명 넘는 인파가 몰렸다고 밝혔다.
특히 이날 칸 총리가 '외국 음모론'을 거론한 것은 최근 정치·경제 위기의 원인을 외부로 돌리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야권과 여당 내 '반란 세력'은 칸 총리의 집권 기간 경제와 외교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중국과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등으로 인해 부채에 허덕이던 파키스탄 경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파키스탄은 현재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몇몇 우방의 지원과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통해 가까스로 경제 붕괴를 막아내는 중이다.
외교의 경우 지난 몇 년간 미국 등 서방과 멀어지고 친중 노선이 강화되면서 국제적 입지가 축소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파키스탄에서는 1947년 독립 후 쿠데타 등으로 정치 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로 인해 지금까지 어떤 총리도 5년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파키스탄은 의원내각제 정치 체제를 채택한 나라로 원내 과반 의석을 차지한 세력의 대표가 총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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