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선전 교민들 "빨리 검사 끝내고 일주일 도시봉쇄 풀리길"
"큰 동요는 없어"…올초부터 확진자 발생에 부분 봉쇄 이어져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외출이 아예 금지되는 전면 봉쇄가 아니고 일주일간 출근하지 말고 선전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것이기 때문에 큰 충격은 없어요. 다만 오늘이 첫날이고 봉쇄가 일주일 안에 끝나지 않을 때는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큰 동요는 없는 것 같아요."
인구 1천750만 명의 중국 광둥성 선전시가 '도시 봉쇄'에 처한 지난 14일 한국 기업의 현지 주재원 구모 씨는 전화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선전시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도시 봉쇄' 조치가 내려진 첫 중국 1선 도시(베이징·상하이·선전·광저우)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을 상징하는 선전에는 텐센트, 화웨이 등 대형 기술기업들이 몰려 '중국판 실리콘밸리'로 불린다.
도시 봉쇄로 현지 폭스콘 아이폰 공장이 가동을 멈추는 등 실제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즉각적이다.
그러나 외출이 전면 금지된 완전 봉쇄가 아니고, 봉쇄 기간이 일주일로 비교적 짧다는 점에서 현지 주민들의 동요는 생각보다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구씨는 "선전 밖으로는 못 나가고 공장이 멈췄으니 출장이나 공장 운영에 타격이 있겠지만, 선전에는 대체로 재택근무가 가능한 사무직들이 많아서 당장 현재 큰 변화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1월 말부터 등교수업이 중단됐고, 주거지별로 부분적으로 봉쇄가 진행돼왔기 때문에 나 역시도 이달 초 8일간 주거지 봉쇄를 경험한 상태"라고 밝혔다.
주거지 봉쇄는 집 밖 외출이 금지되지만, 현재 내려진 도시 봉쇄는 음성확인서만 보여주면 슈퍼마켓이나 의료기관 방문을 위한 외출이 허용되고 바깥 산책이나 조깅 등이 가능한 상황이라 오히려 낫다는 설명이다. 음식 배달도 시킬 수 있다.
구씨는 "내 경우 지난 6일 주거지 봉쇄에서 풀려났는데 일주일 만에 도시 봉쇄가 내려진 것"이라며 "다른 한국인 밀집 주거지역도 최근 봉쇄됐던 터라 사람들이 도시 봉쇄에 크게 놀라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실제로 홍콩과 육로로 통하는 선전시는 올해 초부터 코로나19 감염자가 거의 매일 보고되며 이미 '비상'에 걸린 상황이었다. 홍콩에서 5차 확산이 시작되면서 그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14일 선전시의 신규 감염자는 75명이다. 그중 외부 유입 사례가 26명인데, 24명이 홍콩발이다.
이에 선전시는 1월 말부터 등교수업을 중단했고,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는 현재까지 방학인 상태다.
이후 지금까지 주거지별 부분 봉쇄를 단행해 전수 검사를 진행해왔고, 48시간 음성확인서를 지참해야 출퇴근을 하도록 했다.
선전에서 사업을 하는 김모 씨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방역을 강화하면서 선전에서는 이미 1월 말부터 48시간 음성확인서를 지참해야 출근을 할 수 있어 많이 불편한 상황이었다"며 "차라리 일주일간 봉쇄해서 전수 검사를 해 감염자를 가려낸 후 그런 불편이 사라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선전 봉쇄는 최근 시안과 같은 엄격한 봉쇄가 아닌데다 일주일로 정해져 있어 빨리 검사를 끝내고 봉쇄가 풀리길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 사람들은 의료시스템이 좋지 않아 주거지 봉쇄를 통해 감염자를 조기에 잡아내지 않아 코로나가 퍼져나가면 감당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래서인지 홍콩처럼 전수 검사에 거부감을 보이지는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5일 "선전에서 도시 봉쇄가 예고된 13일 주민들은 앞다퉈 슈퍼마켓으로 달려갔다"면서도 "많은 주민에게 도시 봉쇄 조치는 지난 몇 개월에 걸쳐 익숙해진 일상의 정상화를 위한 과정과 다르지 않다"고 전했다.
이어 "홍콩에서 5차 확산이 시작된 이래 선전 주민들은 대규모 강제 검사와 여행 제한 조치에 익숙해졌다"고 부연했다.
prett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