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16일 우크라 침공설' 맹비난…"서방의 정보 히스테리"(종합2보)
외무장관 "군대 철수 검증? 못 배운 증거"…자국 영토 내 정례훈련 주장
대변인은 "제발 침공일정 알려달라"…침공설 주장 英외무에 사과 촉구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가 서방이 지속적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임박설을 부각하는 데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16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러시아의 16일 우크라이나 침공설'에 관한 서방 언론 보도가 실현되지 않은 데 대한 질문을 받고 "서방의 히스테리는 아직 절정에 이르지 않은 것 같다. 우리가 인내를 가져야 할 것 같다"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다만 서방 언론, 특히 영국 언론은 자신들의 관측이 실행되지 않았음을 인정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 주변에 15만명에 가까운 병력과 무기를 집결시켰다는 점을 들어 러시아가 언제라도 침공할 태세라며 경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러시아 외무부도 서방의 침공설을 두고 비판에 가세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모스크바를 방문한 카를루스 프란사 브라질 외무장관과의 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와 관련한 서방의 히스테리는 아주 깊은 당혹감을 불러일으킨다"고 입장을 밝혔다.
서방이 러시아의 군대 철수 발표를 믿지 않고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는 데 대해선 기본적으로 교육을 못 받아서 그렇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그는 "우리가 자국 영토에서 무엇을 하든 서방은 우리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우리에게 가르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는 기본적으로 교육의 부재다"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국방부와 외무부는 우크라이나 주변 러시아 부대가 훈련이 끝나면 계획대로 복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정부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검증이 필요하다며 단순한 병력 이동이 철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식으로 경계심을 유지하고 있다.
라브로프 장관은 "그들은 '러시아가 훈련이 끝났다고 발표했지만 우리는 믿지 않는다"며 "우리에겐 위성과 첩보기관의 다른 정보를 이용해 확인할 방법이 있다'는 식으로 말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에 앞서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텔레그램 채널 계정에 올린 글을 통해 서방 언론들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일정을 알려달라며 야유를 보냈다.
그는 "블룸버그, 뉴욕타임스, 더선 등에 부탁한다. 향후 1년 동안 러시아의 침략 일정을 공개해달라. 휴가 계획을 잡고 싶다"고 썼다.
미국 매체 블룸버그와 뉴욕타임스, 영국 대중지 더선 등이 앞장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했다는 보도를 내보내는 데 대한 조롱성 비판이었다.
앞서 미국 매체 폴리티코는 미국·영국·우크라이나에 있는 3명의 소식통을 인용,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지난 11일 유럽 정상들과 화상회의에서 16일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일로 지목했다고 전했다.
다른 매체들도 자체 소식통들을 인용해 우크라이나 접경에 13만 명 이상의 병력을 배치한 러시아가 이번 주 안에 공격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보도를 잇달아 내보냈다.
러시아는 줄곧 우크라이나 침공 계획이 없다며 이 같은 보도를 반박해 왔다.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 훈련은 정례 훈련 계획에 따라 자국 영토 내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훈련이 끝나면 부대들이 복귀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뒤이어 이날 정례 브리핑에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설을 주장한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의 사과를 촉구했다.
그는 "영국 외무장관은 거짓 유포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면서 "그녀는 러시아·우크라이나·영국 국민들 앞에 사과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또 트러스 장관이 그녀의 발언을 사실로 믿은 언론매체들에도 사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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