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검사키트 개당 6천원 지정에 "가격 오히려 올린 셈" 비판
"약국가보다 싸진 건 맞다" 의견도…약사들은 "지나치게 낮다"
식약처 "최근 가격 고려한 조치…유통의 균등성 위해 가격 고정"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정부가 대용량(20개 이상) 포장으로 생산된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의 낱개 판매 시 가격을 6천원으로 지정한 조치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소비자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이보다 더 낮은 단가로 유통된 사례가 있었던 점을 들어 "정부가 개입해 오히려 가격을 올렸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는 이에 대해 최근 1주간 시장에 유통된 가격을 고려해 그보다 낮은 수준으로 지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6천원'이라는 고정 판매가를 책정한 것은 일부 싸게 판매하는 곳에 물량이 쏠리는 현상 등을 막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14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따르면 15일부터 내달 5일까지 약국과 편의점에서 낱개로 판매하는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의 가격은 6천원으로 정해졌다. 판매 가격이 6천원을 넘어서도 안 되고 그보다 낮아서도 안 되는 엄격한 정가제다.
식약처는 자가검사키트 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해 13일부터 온라인 판매 금지를 적용하고, 약국과 편의점으로 유통 채널을 단순화한 상태다.
판매가격 지정 조치는 약국과 편의점에서 대용량 제품의 포장을 뜯어서 하나씩 낱개로 판매하는 자가검사키트에 적용된다. 제조업체에서 1개·2개·5개 등 처음부터 소량 포장으로 만들어 공급한 제품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상당수 소비자들은 정부가 이번에 지정한 판매가격이 얼마 전까지 온라인 등에서 유통됐던 단가보다 높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자가검사키트는 지난달 말 품귀 현상이 시작되기 전에 일부 온라인 쇼핑몰에서 개당 3천∼4천원에 판매된 적이 있다. 또 최근에도 저렴하게 판매하는 곳이 더러 있었다. 자가검사키트 제조업체인 래피젠은 자체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20개들이 제품을 8만원에 판매하기도 했다. 1개당 4천원꼴이었다. 이 회사는 지난주 홈쇼핑에서도 20개들이 제품을 같은 가격에 판매했는데 순식간에 동이 났다.
다만 정부의 가격 지정으로 시장 안정화를 기대하는 의견도 있다. 최근 일부 온라인 쇼핑몰 판매자들이 자가검사키트의 판매가격을 엄청나게 높여 놓은 사례들이 있었는데 이런 비정상적 가격 책정은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지난 3∼10일 5개 온라인 쇼핑몰의 자가검사키트 가격을 모니터링한 결과 개당 가격이 3일에는 6천∼1만원대였으나, 7일에는 2만5천원까지 뛴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말이나 이달 초의 온라인 판매가가 아니라 최근 약국 판매가와 비교하면 식약처가 지정한 6천원은 낮은 편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최근 약국에서는 2개들이 자가검사키트를 1만4천∼1만8천원 수준으로 판매하는 경우가 많았다. 개당 7천∼9천원꼴이었므로, 6천원이면 그보다는 저렴해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약국가의 반응은 소비자들과는 또 다르다. 개당 6천원이라는 정부 책정 가격이 너무 낮다는 것이다.
애초에 자가검사키트의 공급가 자체가 낮지 않은 데다 대용량 제품을 낱개로 나눠 판매하는 '추가 업무'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지정한 가격이 너무 저렴하다는 불만이 약국가에서는 터져 나오고 있다.
약사회 관계자는 "낱개 포장 등 해야 할 업무는 더 늘어났는데 가격은 지금보다도 더 싸게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더욱이 사전 조율이 충분히 되지 않다 보니 일부 약사들은 반감을 느끼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낱개 자가검사키트의 가격을 6천원으로 정한 것은 최근 1주간 온라인과 오프라인 가격 등 유통 상황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최근 1주간 약국 판매가 평균은 7천∼8천원, 온라인은 1만원이 넘는 수준이었다"며 "온·오프라인 가격을 충분히 조사해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최근 가격보다 저렴한 수준에서 지정했다"고 강조하면서 "판매가를 고정한 이유는 판매처별 차등을 없애 물량이 고르게 공급되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일부 더 저렴하게 판매했던 곳도 있지만 (6천원보다) 더 비싸게 받는 곳이 대부분이었다"며 "가격에 상한을 두면 오히려 유통 물량이 한 곳에 집중되는 상황 등이 벌어질 수 있어 유통의 균등성과 형평성 등도 고려해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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