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백신접종 의무화 시행…유럽서 '나홀로' 초강수
접종률 서유럽 바닥 수준…극심한 진통 속 의무화 강행
여전히 찬반 팽팽…"팬데믹 끝내야" vs "위헌적"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오스트리아가 극심한 진통 끝에 5일(현지시간)부터 18세 이상에게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의무화한다고 AFP,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백신 의무화 법은 지난달 20일 의회를 통과해 이달 4일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대통령 서명을 거쳐 이날 발효됐다.
이를 어기면 최대 3천600유로(약 486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는 팽팽한 찬반 대치 속에서도 유럽에서 처음으로 백신 접종을 의무화한 것으로,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들이 앞다퉈 방역을 완화하는 것과 반대되는 움직임이다.
독일에서는 백신 의무화 방안을 놓고 격렬한 논쟁이 이어지는 중이며, 이탈리아와 그리스 등지에서는 고령층에만 백신을 의무화했다.
오스트리아가 이같이 나홀로 초강수 행보를 보이는 것은 백신 접종률이 좀처럼 올라가지 않는 분위기 때문이다.
전체 인구 906만명 가운데 백신 미접종자는 150만명가량으로 추산된다.
접종률로 보면 3일 기준 69% 정도로, 서유럽에서는 가장 저조한 나라 중 하나다.
여론은 백신 의무화를 놓고 반반으로 갈라졌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60% 정도가 찬성해 여전히 반대 목소리가 거센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백신 의무화 방안이 처음 등장했을 때 수만명이 거리로 나와 과격한 조치라며 저항했다.
한 반대론자는 "유럽에서 다른 어떤 나라도 백신을 의무화한 우리 사례를 뒤따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극우 야당인 자유당은 "백신 의무화 법은 위헌적"이라며 반발했다.
오미크론 변이는 비교적 중증으로 잘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백신 의무화가 필요하지 않다는 반론도 많다.
오스트리아에서는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200만명을 넘어섰으며, 최근에는 하루 확진자가 3만명씩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보건 당국의 입장은 확고했다.
다음 변이나 대유행에 대비하려면 백신 의무화가 필수라는 것이다.
카를 네함머 총리는 뉴욕타임스에 "이것은 이데올로기가 아닌 설득에 대한 문제"라며 "우리가 미접종자를 접종하도록 설득하는 게 충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집에서 갇혀 지내는 것은 그만하고 싶다"고 찬성 이유를 밝혔다.
백신 미접종자는 식당, 경기장, 문화시설 등에 갈 수 없었는데, 접종이 의무화되면서 이젠 벌금 폭탄까지 직면하게 됐다.
벌금은 유예 기간을 거쳐 3월 15일부터 600∼3천600유로가 부과되지만 적발 뒤 2주 내 백신을 맞으면 면제된다. 임신부 등은 의무 접종에서 제외된다.
의무화 찬성론자는 "만약 모두 백신을 맞았더라면 팬데믹을 한참 전에 끝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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