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앞두고 가상자산 과세 또 연기하고 양도세 비과세기준 올려(종합)
국회, 가상자산 과세시점 2021년 10월→2022년→2023년…두 번째 연기
1세대 1주택 양도세 비과세 기준선 시가 9억→12억원으로 완화
정부 끝까지 반대…"부동산 불안심리 자극, 조세 정의·조세 수용성 훼손" 비판도
(세종=연합뉴스) 박용주 곽민서 기자 =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 시점이 2022년에서 2023년으로 1년 미뤄지게 됐다.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선도 기존 시가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라가게 됐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조세 정책이 포퓰리즘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 벌써 두 차례 밀린 가상자산 과세…"조세 수용성 해칠 것"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30일 전체회의를 열고 가상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 시점을 2022년 1월에서 2023년 1월로 변경하는 내용 등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내년까지는 가상자산을 양도하거나 대여해 발생한 소득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당초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세법 개정안에서 2021년 10월부터 가상자산 과세를 시작하려 했으나 국회 통과 과정에서 과세 시점이 2022년 1월로 3개월 미뤄졌다.
이후 올해 국회에서 과세 시점이 2022년 1월에서 2023년 1월로 또다시 1년 연기됐다.
1년여 만에 과세 시점이 벌써 두 차례나 밀린 것이다.
정부는 법적 안정성이나 정책 신뢰성 차원에서 예정대로 내년부터 과세를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내년 대선을 앞둔 여야가 한목소리로 과세 유예를 주장하면서 결국 뜻을 관철하지 못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정부로선 내년부터 가상자산 과세가 시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단 입장을 여러 차례 말씀드렸다"며 "가상자산 과세 기반은 당장 내년에 과세가 되더라도 차질이 없게끔 구축돼있다"고 말했다.
국회의 가상자산 과세 유예에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을 끝까지 고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 1세대 1주택 양도세 비과세 9억→12억원
양도세 비과세 기준선 상향에 대한 반대도 상당했다.
기재위는 이날 1주택자의 양도세 비과세 기준선을 시가 9억원 초과에서 12억원 초과로 상향하는 내용이 담긴 소득세법 개정안도 통과시켰다.
앞으로는 12억원을 넘는 과세 대상 양도 차익에서 기본공제,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를 빼 과세표준을 산출하고, 여기에 6∼45%의 세율을 곱해 양도세를 결정한다.
개정안이 내달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법 공포일 즉시 시행된다. 통상 공포까지 2∼3주 정도가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시행일은 내달 20∼31일 사이가 될 전망이다.
법 공포일 이후 양도하는 주택의 경우 등기일과 잔금청산일 중 빠른 날로 상향 조정된 기준이 적용된다. 일반적으로는 잔금청산일이 등기보다 빠르기 때문에 통상 잔금 청산일이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1주택자의 양도세 부담은 크게 줄어들 예정이다.
법 개정이 조세 정의에 부합하는지에는 이견이 있다.
이날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법이 개정되면) 1가구 1주택자가 5년 전에 산 집에 거주하지 않고 11억원에 팔아 6억원의 차익을 벌어들였을 때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다"면서 "근로소득자는 철저히 과세하면서 주택 양도차익 수억원을 과세하지 않는 것이 조세 정의에 부합하냐"고 따져 물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그런 측면이 고려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정부 입장을 말씀드리지만, 최종적으로 국회에서 결정하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장 의원과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법안 처리에 반대했지만, 표결 끝에 해당 법안은 통과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이날 가상자산 과세 연기와 관련해 "과세 시점을 한 달 앞두고 납세자의 반발이나 불만을 의식해서 과세를 유예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며 "세제 안정성 측면은 물론, 조세 수용성을 해친다는 측면에서도 대단히 좋지 않은 선례"라고 지적했다.
ms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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