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대란 재발 막겠다며 만든 재난로밍, KT 사태 때 무용지물
"코어네트워크 장애엔 속수무책"…"원인 파악해야 대책마련 가능"
(서울=연합뉴스) 정윤주 기자 = 정부와 통신사들이 KT[030200] 아현국사 화재를 계기로 통신재난 발생을 대비해 구축했던 '재난로밍' 서비스는 이번 KT 인터넷 장애 사태에서 무용지물이었다.
28일 업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재난로밍 서비스는 특정 통신사의 기지국이 화재나 지진 등으로 손상될 경우 다른 통신사의 망을 활용해 통화나 문자를 제공토록 하는 것으로, 지난해 마련됐다.
2018년 11월 KT 아현국사 화재 때와 같은 통신재난이 발생하면 과기정통부 장관이 해당 지역에 로밍을 허용해 경보를 발령하고, 이용자들은 경보 발령 후 약 1시간 이내에 다른 통신사의 망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기본 구상이었다.
그러나 정작 25일 발생한 KT 인터넷 장애 사태에서는 이 서비스가 실행되지 않았다.
KT 인터넷 장애가 '라우팅(네트워크 경로 설정) 오류'로 인해 발생했고, 이 오류가 코어(중심) 네트워크까지 번졌기 때문이다.
통상 재난로밍 서비스는 서비스 말단의 '에지 네트워크'를 활용한다. 일부 네트워크에 문제가 생기면 타 통신사가 해당 부분의 데이터를 받아 이를 문제가 생긴 통신사의 다른 네트워크로 전송하는 방식이다.
이번 KT 인터넷 장애의 경우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032640] 등 다른 통신사가 KT의 데이터를 다른 네트워크로 보내려 하더라도 코어 네트워크에 발생한 오류 탓에 데이터를 보낼 곳 자체가 없었다.
일부 네트워크가 활성화돼 있어야 로밍을 실행할 수 있는데, 네트워크 전체가 다운된 상황에서는 로밍 자체를 할 수 없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번 사태처럼 코어 네트워크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경우 통신 재난을 막을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2018년 KT 아현국사 화재 때는 문제가 생긴 일부만 손질하면 됐던 것과 달리 이번 사고의 원인은 네트워크 전체를 들여다봐야만 원인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원인 파악 후에야 유사 사태에 대한 대책 마련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홍진배 과기정통부 정보보호네트워크정책관은 지난 26일 기자들과 만나 "KT에 로그 기록과 오류 세팅 등 자료를 요청했다"며 "자료를 받은 뒤 시스템 확인과 원인 분석을 마쳐야 후속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인터넷 장애 사태가 왜 발생했는지를 먼저 파악해야 사고 재발 예방 등을 위한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며 "KT는 과기정통부에 원인을 정확히 보고해야 하며, 과기정통부도 이를 다른 통신사에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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