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당국 코로나 통계 조작…사망자 22만 아닌 75만명"
WP 현지 전문가 인용보도 "정치적 이유로 정확한 숫자 파악 안해"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 최근 러시아의 코로나19 상황이 악화하는 가운데 당국이 코로나 관련 통계를 조작하고 있으며, 실제 상황은 더 심각하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현지 전문가들을 인용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러시아의 공식 통계로 10월 중순까지 코로나 관련 사망자는 22만1천313명에 달했다. 그러나 인구학자 알렉세이 락샤는 초과 사망자(excess mortality)를 75만명으로 추정했고, 모스크바 타임스도 약 66만명으로 보도했다.
초과 사망자는 평소 사망 평균치를 넘는 숫자로, 분석가들이 가장 믿을만하다고 보는 지표라고 WP는 설명했다.
략사와 같은 민간 분석자들은 러시아 정부가 중국과 터키처럼 주로 정치적인 이유로 통계를 조작하면서 질병의 위험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으며, 이같은 숫자 조작 관행이 정확한 코로나의 피해 범위를 추정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생물학자인 알렉세이 쿠프리아노프도 "러시아 데이터는 완전히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대학에서 해고된 그는 코로나를 추적하기 위한 전문가 커뮤니티를 만들어 활동 중이다.
러시아 보건당국은 통계 수치가 실제보다 낮다는 이같은 주장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러시아는 코로나에 걸린 환자가 사망해도 의사가 사인을 심장마비 등으로 판단하면 코로나 사망 통계에서 제외하고 있다.
WP는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에서 정치적 장악력을 높여가면서도 코로나19 대응은 주로 지방 정부에 맡겼고, 이에 지역 공무원들은 자리보전을 위해 문제점들을 숨기기에만 급급했으며 전문가들도 소외됐다고 전했다.
코로나 이전 러시아의 평균 수명은 73년으로, 호주나 이탈리아, 스페인 등 84년보다 짧다. GDP 대비 헬스케어에 지출하는 비중도 5~6%로, 미국의 16.8%, 일본과 유럽의 10% 이상보다도 낮다.
또 러시아 당국은 서방국가보다 코로나 대응을 잘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백신 접종률은 지난 14일까지 30%에 그치고 있다. 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치로, 미국 56%, 영국 65%, 캐나다 72%와 크게 차이가 난다.
러시아의 낮은 백신 접종률 속에 지난 16일 하루 사망자는 1천2명을 기록하며 처음 1천명을 넘어섰고, 확진자도 3만3천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평균 하루 초과 사망자는 2천명을 넘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앰뷸런스 기사들은 24시간 교대 근무에 들어갔고, 보건당국은 은퇴한 의사들을 다시 불러들이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taejong7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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