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국제사회 눈치 보나…일부 중고등 여학생 등교 허용
쿤두즈주 고교 영상 공개…다른 지역은 아직 변화 없어
여권국 여직원에도 복귀 지시…인권 개선 압박 의식한 듯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장악 후 처음으로 일부 지역에서 중고등학교 여학생 등교를 허용했다.
그간 사실상 제한됐던 여성의 직장 복귀도 일부 가능해졌다.
이는 해외 원조가 절실한 탈레반이 여성 인권 개선에 대한 국제 사회의 압박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탈레반 대변인인 수하일 샤힌은 5일 자신의 트위터에 이슬람 전통 복장을 착용한 여학생들의 동영상과 함께 "쿤두즈주에서 소녀들이 고등학교로 가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영상을 살펴보면 일부 여학생은 부르카(눈 부위만 망사로 뚫린 채 얼굴 등 온몸을 가리는 이슬람 복장)를 착용했고, 일부는 얼굴이 드러나는 히잡을 입었다.
부르카를 입은 여학생은 교정에 모여 탈레반 상징 깃발을 흔들기도 했다.
쿤두즈의 한 교장도 "이맘 사히브 지구의 고등학교 여학생들이 교실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탈레반은 지난 8월 15일 재집권 후 전국적으로 휴교령을 내린 뒤 지난달 초 일부 대학교 수업을 재개하고 초등학생 등교도 허용했다.
이후 지난달 중순부터 남학생을 위한 중고교 수업은 시작했으나 여학생 등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여성 교육과 취업에 대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최대한 빨리 학교를 열겠다는 다소 원론적인 말만 해왔다.
이날 쿤두즈주 중고교 여학생의 등교는 재개됐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아직 변화가 없는 상태다.
카불 교육 당국 관계자는 "과도정부의 정책 변화는 없다"며 여학생의 고등학교 등교는 여전히 금지된 상태라고 말했다.
와중에 탈레반은 일부 여성 근로자의 출근도 허락했다.
내무부 대변인인 카리 사예드 호스티는 이날 여권국 직원은 여성까지 포함해 모두 일터로 복귀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탈레반은 조만간 여권과 신분증 발급을 재개하기로 했으며 여성 관련 업무에는 여직원을 투입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탈레반은 페이스북 공지를 통해 공무원의 밀린 급여를 지급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과거 통치기(1996∼2001년) 때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앞세워 가혹한 정책을 폈던 탈레반은 이번 재집권 후에는 여성 인권 존중 등을 약속했지만 아직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국제사회는 탈레반에 소수민족, 여성 등에 대한 인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특히 탈레반이 남성 일색으로 과도정부 인사를 단행하고 여성에 대한 교육과 취업까지 차별하자 국제사회의 압박은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정상 국가'를 지향하는 탈레반으로서는 이런 국제사회의 압박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프간은 공공 부문 경비의 75%가량을 해외 원조로 조달할 정도 국제 사회의 지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데다 최근 경제난이 더욱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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