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이동제한 요청에 업계 당혹…당국 "트래블룰 내년 3월부터"
농협銀, 빗썸·코인원에 '코인 이동제한' 제안…"위험평가 차원"
금융당국 "트래블룰 시스템 구축, 내년 3월 25일까지"
거래소 업계 "내년까지만 준비하면 되는 것 아닌가"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김유아 기자 = 금융당국이 가상자산(가상화폐·코인)의 거래소 간 이전 시 정보제공 기준을 뜻하는 '트래블 룰'(Travel rule)의 시행 시기를 내년 3월 25일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각 거래소가 내년 3월 25일까지만 트래블 룰 적용을 위한 시스템을 갖추면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최근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위험평가 의무 때문에 코인의 이전을 미리 제한할 것을 거래소에 제안한 은행이 나오면서 거래소 업계는 당혹스러워하는 상황이다.
5일 금융당국과 가상화폐 거래소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은 트래블 룰 적용 시기를 내년 3월 25일이라고 밝혔다.
트래블 룰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자금세탁 방지를 위해 가상자산 전송시 송·수신자 정보를 모두 수집해야 하는 의무를 사업자(거래소)에 부과한 규제다.
이에 따라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개정안에서는 거래소 간 코인을 이전할 경우 송·수신자의 이름, 가상자산 주소를 제공하도록 규정했다.
금융위는 애초 특금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을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코인 이동 시 정보제공 의무의 경우 검사·감독을 1년 미뤄 내년 3월 25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사업자 간 정보 공유 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업계 자율적으로 공동 솔루션을 도입할 충분한 기간이 필요하다고 봤다.
FIU 관계자는 "거래소들은 트래블 룰 시스템을 내년 3월 25일까지만 구축하면 된다"며 "시행령 부칙으로 1년간 트래블 룰 시행을 유예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NH농협은행이 최근 제휴 관계인 빗썸과 코인원에 코인 이동을 중지할 것을 제안하면서 거래소 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거래소에 대한 검사·감독을 유예한다는 것일 뿐, 오는 9월 25일부터는 거래소들이 트래블 룰을 지켜야 하는 게 맞다"며 "그런데 현재로서는 그전까지 트래블 룰 시스템 구축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제안 배경을 설명했다.
아울러 "현재 국내외 가상자산 사업자는 국내·외 거래소와의 고객 정보 제공, 공유를 위한 통일된 규칙 또는 네트워크가 준비돼있지 않다"며 "금융결제원과 같은 중앙 정보 중계·결제 기관이 없는 상황으로,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최소한의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운 것으로 파악했다"고 덧붙였다.
거래소들 입장에서는 '제안'인 만큼 당장 따라야 할 이유는 없지만, 실명계좌 발급 계약 연장이 필요한 상황이라 무작정 무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빗썸과 코인원 관계자는 "(어떻게 대응할지) 내부에서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들에서 비슷한 요청을 하지는 않은 상황이지만, 빗썸과 코인원 외 거래소들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한 거래소 업계 관계자는 "내년 3월 25일까지만 시스템을 구축하면 되기 때문에 거래소 입장에서는 갑작스러울 수밖에 없는 제안"이라며 "그러나 실명계좌 때문에라도 은행의 요청을 거래소가 안 따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정 거래소 사이에서 코인의 이동을 막으면 이른바 '세력'에 의해 시세 조작이 일어날 수도 있고, 코인이 들어오지 않아 개수가 제한됨으로써 자연스러운 가격 형성이 안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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