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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할 땐 아이와 같아"…106세에도 열정 쏟아내는 현역 무용수
호주인 크레이머, 한세기 가까운 커리어의 종합예술가
"난 늙지 않았다, 단지 세상에 조금 오래 있었을 뿐"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시드니에 돌아온 후로 엄청 바빴어요. 국립연극학교와 독립극장에서 무용 작품 3개를 공연했고, 대형 무용 축제 두 곳에 참여했고, 영화를 찍었고, 작은 공연도 여러 개 하고 책도 세 권 썼죠."
호주 무용수 아일린 크레이머가 시드니로 돌아왔을 때 나이는 99세였다. 올해 106세인 그는 아직 현역이다.
무용, 미술, 영화, 글쓰기 등 형태를 가리지 않고 다작하는 그의 활력 넘치는 삶을 영국 BBC방송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인터뷰로 조명했다.
크레이머는 고령에도 춤출 수 있는 에너지의 원천이 무엇이냐는 질의에 "늙었다"와 "나이"라는 단어 자체를 쓰지 않는다고 답했다.
해당 단어를 사용한 기자를 외려 꾸짖었다고 한다.
그는 "저는 늙지 않았습니다. 그저 세상에 조금 오래 있었고 그 와중에 몇 가지를 배웠을 뿐이죠"라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이 늙었을 때 든다고 하는 기분이 저에겐 없어요. 무언가를 창작할 때 제 태도는 어린이였을 때와 다를 바 없습니다"고 강조했다.

호주 시드니에서 태어난 크레이머는 젊은 시절 유명 발레단 단원이 돼 전국을 누비며 공연했다. 이후 인도, 프랑스 파리를 거쳐 미국 뉴욕에 정착해 99세 때까지 지냈다.
그는 한때 누드모델로 일하고 파리에서 미술가들과 교류하며 미술을 배우기도 했다.
하지만 한 세기 가까이 그가 가장 많은 열정을 쏟아부은 일은 무용이다.
그는 "인생 대부분을 무용수들과 함께 보내서 외롭지 않았어요"라면서 "몇몇은 결혼하거나 아이를 가지고 유럽으로 돌아갔지만 나는 무용수로 살며 겪는 불편함을 견뎌냈습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크레이머는 자신의 인생을 주제로 안무를 하고 직접 공연하고 있다.
작년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이 확산하며 관련 영상 촬영에 제동이 걸렸다. 하지만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도 그의 창작열을 식히지 못했다.

그는 "촬영지에 나가지 못하게 돼서, 영상을 어떻게 제작했는지에 관한 책을 썼어요"라고 웃으며 "코로나19에 전혀 개의치 않아요"라고 말했다.
책은 그가 직접 설립한 출판사를 통해 올해 안에 출간된다. 그는 100세가 된 이후 '코끼리와 다른 이야기들'이라는 제목의 단편집도 냈다.
최근 크레이머와 협업하는 안무가 수 힐리는 "크레이머와 함께 일하는 건 살아있는 역사를 경험하는 것 같다"면서 "그는 항상 주도적이고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창작한다"며 감탄했다.
크레이머와 인터뷰는 그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기로 한 시간이 되면서 마무리됐다. 그는 "백신 맞는 게 정말 싫지만, 앞으로도 아프지 않게 해주겠지요"라고 말했다.
young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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