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휴대전화 이용자 생체정보 수집, 법원서 잇따라 제동
'범죄예방' 명목 지문 등 생체정보 제출 의무화에 소송 잇따라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멕시코 정부가 범죄 예방을 명목으로 휴대전화 이용자의 생체정보 수집에 나서기로 했으나 법원이 잇따라 제동을 걸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멕시코 연방판사 후안 파블로 고메스 피에로는 휴대전화 고객들이 통신사에 생체정보를 제출하지 않아도 회선을 유지할 수 있게 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을 잇따라 인용했다고 일간 레포르마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고메스 피에로 판사는 "개인정보와 생체정보를 등록하지 않는다고 해서 회선을 취소하는 것은 정보통신기술 접근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전날과 이날 총 6건의 소송에서 같은 결정을 내렸다.
판사는 또 생체정보 수집이 범죄예방과도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번 법원의 결정은 소송을 제기한 개인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으로, 생체정보 수집 자체를 가로막는 것은 아니라고 멕시코 언론들은 설명했다.
멕시코 정부의 생체정보 수집은 법안 추진 단계부터 거센 논란을 불러왔다.
통신사업자들이 앞으로 2년 동안 휴대전화 고객들의 지문과 홍채 정보 등을 수집해 통신당국에 제출하도록 하는 것이 법안의 골자였다. 생체정보를 제출하지 않은 고객은 휴대전화를 이용할 수 없게 된다.
납치와 약탈 등 범죄에 휴대전화가 사용되기 때문에 휴대전화의 익명성을 줄여 범죄를 예방한다는 취지였다.
통신업체와 인권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국민 대다수의 생체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민감한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을 키우는 데다 범죄예방과도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범행에 사용할 목적으로 휴대전화 절도나 개인정보 도용이 늘어날 수 있고, 이 때문에 억울한 사람이 범죄자로 몰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반발 속에서도 정부와 여당의 지지 속에 이 법안은 상·하원을 모두 통과해 지난 17일 발효됐다.
발효 이후에도 논란은 이어지고 있어 법안을 저지하거나 생체정보를 제출하지 않기 위한 소송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날 법원의 결정이 알려진 후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생체정보 수집이 멕시코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며 정보를 악용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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