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청년 총 쏴 숨지게 한 백인경찰 2급 과실치사 혐의 기소(종합)
유죄 판결 시 최대 10년 징역형…체포됐다가 보석금 내고 풀려나
허리 왼쪽에 테이저건 있었는데 오른손으로 권총 뽑은 뒤 발포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미국 미네소타주(州)에서 체포에 불응하는 비(非)무장 흑인 청년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한 백인 여성 경찰관이 2급 과실치사(manslaughter) 혐의로 기소됐다.
미네소타주 워싱턴카운티의 피트 오펏 검사는 14일(현지시간) 흑인 단테 라이트(20)를 숨지게 한 소도시 브루클린센터의 경찰관 킴벌리 포터를 2급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다고 CNN 방송이 보도했다.
미네소타 주법에 따르면 2급 과실치사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최대 10년의 징역형과 2만달러(약 2천230만원)의 벌금을 물릴 수 있다.
오펏 검사의 기소는 사건이 발생한 헤너핀카운티의 지방법원에 이뤄졌다.
포터 경관은 지난 11일 교통 단속에 걸린 라이트가 수갑을 채우려는 경찰을 뿌리치고 차 안으로 들어가자 그를 권총으로 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라이트는 총을 맞고도 몇 블록 더 차를 몰고 가다가 다른 차량을 들이받은 뒤 현장에서 숨진 것으로 판정됐다.
헤너핀카운티 검시관은 부검 결과 라이트의 사인을 가슴에 맞은 총상으로 판정했다.
경찰이 공개한 당시 동영상에서 포터는 차 안으로 도망친 라이트에게 급하게 다가가며 '테이저, 테이저'라고 외치다가 이내 "이런 젠장, 내가 그를 쐈어"라고 말한다.
오펏 검사가 이날 공개한 기소장에 따르면 포터 경관은 26년 경력의 베테랑으로, 사건 당시 현장 훈련 교관으로 다른 경찰관들과 동행하고 있었다고 CNN은 전했다.
포터 경관은 당시 테이저건(전기충격기)을 쏘겠다고 말하면서 실제로는 오른손으로 글록 권총을 뽑아 이를 라이트에게 겨눴다. 그런 다음 '테이저, 테이저, 테이저'라고 외친 뒤 권총의 방아쇠를 당겨 총알을 한 방 쐈다.
기소장에 따르면 미네소타주 형사체포국(BCA)이 포터 경관의 벨트를 조사한 결과 당시 오른쪽에는 권총이, 왼쪽에는 테이저건이 부착돼 있었다. 또 권총과 테이저건의 손잡이는 모두 뒤를 향하고 있어 테이저건을 사용하려면 왼손을 써야 했다고 형사체포국 수사관은 지적했다.
브루클린센터 경찰의 팀 개넌 서장은 기자회견에서 포터 경관이 테이저건을 뽑으려다 권총을 잘못 뽑은 뒤 이를 사격했다며 "우발적인 발포"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해명을 두고 비난 여론이 일자 개넌 서장과 포터 경관은 13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다만 마이크 엘리엇 브루클린센터 시장은 아직 사표를 수리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라이트의 사망 사건은 헤너핀카운티에서 발생했지만, 헤너핀카운티 검찰은 이 사건에 대한 기소 결정을 인접한 워싱턴카운티로 이첩했다.
이는 미네소타주의 5개 도시 지역 카운티 검찰이 합의한 새로운 절차에 따른 것이다. 이들은 경찰의 물리력 사용과 관련한 사건의 경우 처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해관계의 충돌을 막기 위해 다른 카운티로 이첩하기로 했다.
미네소타주 형사체포국 요원들은 검찰의 기소 결정 발표가 난 뒤 이날 낮 포터 경관을 체포했다. 포터 경관은 헤너핀카운티 교도소에 수감됐다가 보석금 10만달러(약 1억1천만원)를 내고 당일 풀려났다.
포터 경관은 15일 화상으로 법정에 출석해 판사의 심문을 받을 예정이다.
라이트의 가족을 대변하는 벤 크럼프 변호사는 가족들이 "지방검사가 단테를 위해 정의를 추구한 것에 감사한다"면서도 "어떤 유죄 판결도 라이트 가족에게 사랑했던 이를 되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흑인으로 운전하기'(Driving while Black)가 계속해서 사형 선고로 이어지고 있다"며 "킴벌리 포터는 사소한 교통 위반과 경범죄 체포영장에 불과한 것을 두고 단테를 처형했다"고 주장했다.
크럼프 변호사는 지난해 5월 백인 경찰관 데릭 쇼빈의 무릎에 목을 눌려 숨진 조지 플로이드의 유족을 대변하기도 했다.
sisyph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