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의식한 스가 정권, 후생성 신중론 꺾고 백신 재촉
"2월 개시" 이례적으로 언급…주미대사관이 화이자 본사와 협상
부작용 우려도…과거 MMR백신 피해로 정부 측 배상 책임 인정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내달 하순 시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언명하면서 일본의 백신 보급 계획에 눈길이 쏠린다.
일본 정부는 백신을 제때 접종하는 것이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보고 신중론을 제압하고 총리관저를 중심으로 백신 접종사업의 속도를 높이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스가 총리는 4일 총리관저에서 열린 연두 기자회견에서 "안전성, 유효성 심사를 진행해서 승인된 백신을 가능한 한 2월 하순까지는 접종 개시할 수 있도록 정부가 한 몸이 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초 2월 중에 제약회사의 임상시험 자료가 정리된다는 것이었으나 일본 정부가 미국 본사에 강하게 요청해 이달 중에 정리할 예정"이라며 이같이 백신 접종 개시 시점을 언급했다.
일본 당국이 그간 백신 접종 시기에 관해서는 말을 아꼈기 때문에 스가 총리가 직접 접종 시점을 언급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이와 관련해 일본 총리관저는 지난달 하순 미국 주재 일본대사관에 연락해 백신 임상 시험 데이터를 신속하게 받을 수 있도록 즉시 화이자 본사와 협상할 것을 지시했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닛케이)이 5일 뒷얘기를 전했다.
당시 백신에 관해서는 후생노동성이 화이자 일본법인을 상대로 교섭하고 있었으나 좀처럼 진전하지 않는 상황이었고 본사와의 직접 협상을 통해 임상 자료를 예정보다 빨리 받기로 했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2월 하순에 의료 종사자를 상대로 백신 접종을 시작하고 3월에 고령자 접종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4월 이후 그 외 사람들에 대한 접종을 시작하고 6월 무렵까지 전 국민에게 필요한 백신을 확보한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구상이라고 닛케이는 전했다.
6월까지 화이자가 1억2천만 회분(6천만 명분), 모더나가 4천만 회분(2천만 명분)을 일본에 공급할 예정이며 이와 별개로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 1억2천만 회분(6천만 명분)도 공급된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일본 정부는 백신의 적시 공급·접종이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개최에 결정적인 요소라고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수송업자나 지방자치단체 등이 백신 공급과 접종에 필요한 준비를 하도록 내각관방에 후생노동성을 중심으로 한 전문팀을 설치했으며 올림픽 때까지 시간에 맞출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일본 정부가 백신 접종을 서두르는 가운데 이에 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닛케이는 임상에서 안전성을 확인하더라도 대규모 접종을 하면 부작용 사례가 생길 가능성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일본에서는 1989년 이후 홍역·볼거리·풍진 혼합백신(MMR백신) 부작용이 문제가 됐고 전국에서 1천800명 정도가 피해를 겪었다.
결국 1993년에 정기 접종이 중단됐으며 관련 재판에서 국가 측의 배상 책임이 인정되기도 했다.
이런 경험 때문인지 후생노동성 내에는 백신에 대한 신중론이 강하며 일본은 국제 사회에서 '백신 후진국'으로 불리기도 한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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