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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텔로미어 너무 길면, 암 생길 위험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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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텔로미어 너무 길면, 암 생길 위험 커진다
짧아진 텔로미어가 암 억제하는 '유전자 경로' 고장
미 록펠러대 연구진, 저널 '이라이프'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텔로미어(telomere)는 진핵생물 염색체의 양쪽 끝을 싸고 있는 DNA 조각으로, 염색체 말단의 손상과 근접 염색체 간의 융합을 막는다.
텔로미어는 특정 염기서열이 반복해서 이어진 구조로 돼 있다.
척추동물의 텔로미어 염기서열은 'TTAGGG'인데 인간의 경우 약 2천500번 반복된다.
세포 분열과 DNA 복제가 이뤄질 때마다 텔로미어는 점점 짧아지며 그러다가 어느 한계에 이르면 세포는 분열을 중단한다.
텔로미어 단축이 노화의 지표로, 그 반대인 텔로미어 연장이 회춘(回春)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보통 나쁜 것으로 생각되는 텔로미어 단축이 어떤 경우엔 암 발생과 성장을 억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는 미국 록펠러대의 티티아 더랑어 교수 연구팀이 수행했다. 관련 논문은 최근 저널 '이라이프(eLife)'에 실렸다.
네덜란드 출신인 더랑어 교수는 오래전부터 세포 생물학 유전학 랩(실험실)을 이끌며 텔로미어 조절 기제를 연구해 왔다.



2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정자와 난자를 포함한 모든 줄기세포에선 텔로머레이스(telomerase)라는 효소에 의해 텔로미어의 길이가 유지된다.
텔로머레이스는 염색체 말단에 텔로미어 DNA를 추가하는 기능을 한다.
하지만 인간의 체세포엔 텔로머레이스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텔로미어는 점점 짧아질 수밖에 없고, 세포 분열도 보통 50번 정도로 제한된다.
과학자들은 오래전부터 텔로미어가 이렇게 짧아지면 암세포의 성장도 억제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초기 종양의 암세포가 대략 50번가량 분열하면 텔로미어 비축이 고갈돼 종양이 더 발달하지 못할 거로 본 것이다.
실제로 생쥐 실험에선 이 기제가 작동한다는 게 입증되기도 했다.
그러나 임상에서 발견된 대부분의 암은 텔로미어 단축의 장벽을 뚫었다. 돌연변이를 통해 텔로머레이스 효소를 활성화는 능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더랑어 교수팀은, 인간의 배양 세포에서 텔로미어 길이를 제한하는 단백질 그룹을 발견했다.
특히 그중 하나인 TIN2 단백질을 억제하면 텔로미어가 과도히 걸어졌다. 그런데 TIN2가 출생 시부터 텔로미어 길이를 조절하는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텔로미어가 짧아져 암을 억제하는 유전자 경로(telomere tumor suppressor pathway)는 태어날 때 텔로미어 길이가 정상인 경우에만 작동한다.
타고난 텔로미어가 너무 길면 나중에도 암세포의 분열을 막을 만큼 짧아지지 않는다.
그 틈을 이용해 더 많이 증식한 암세포의 유전자 코드에 텔로머레이스 활성화 등에 관여하는 돌연변이가 추가될 여지도 있다.




네덜란드 라트바우트 대학 연구진의 변이 유전자 발견이 교착 상태의 돌파구가 됐다.
암에 많이 걸리는 특이 병력을 가진 몇몇 네덜란드 가족의 유전체에서 TINF2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발견된 것이다.
TINF2는 텔로미어 길이를 조절하는 TIN2 단백질의 생성 정보를 가진 유전자다.
이와 똑같은 돌연변이가 생기게 유전자를 조작해 배양한 세포는 여지없이 텔로미어 길이가 너무 길었다.
실제로 네덜란드 가족 암 환자의 텔로미어 길이는 상위 1%에서도 위쪽에 들 만큼 길었다.
더랑어 교수는 "긴 텔로미어를 갖고 태어나면 암이 생길 위험이 커진다는 게 이번 연구의 결론"이라면서 "이렇게 텔로미어 종양 억제 유전자 경로가 고장 나면 유방암, 대장암, 흑색종, 갑상선암 등 여러 유형의 암이 생길 수 있다는 걸 네덜란드 가족 사례가 보여줬다"라고 말했다.
che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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