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왜 거기서 나와"…아프리카서 발굴된 오리주둥이 공룡
고대 아프리카 육로 연결 안 돼 수백㎞ 깊은 바다 건넜다는 의미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북미에서 발원해 남미와 아시아, 유럽으로 퍼진 오리주둥이 공룡의 화석이 아프리카에서 처음 발굴돼 학계에 보고됐다. 약 6천600만년 전 백악기 말기에는 아프리카가 지금과 달리 육지로 연결돼 있지 않아 이 화석의 존재는 공룡이 수백 킬로미터의 바다를 건너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국 배스대학교 '밀너 진화센터'의 니콜라스 롱리치 박사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모로코 광산에서 발굴된 오리주둥이 공룡에 관한 연구 결과를 학술지 '백악기 연구'(Cretaceous Research)에 발표했다.
'아즈나비아 오디세우스'(Ajnabia odysseus)라는 학명이 부여된 이 공룡은 이빨과 턱뼈 등이 오리주둥이 공룡의 아과로 정교한 뼈로 된 머리 벼슬을 가진 '람베오사우르스'(Lambeosaurinae)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리주둥이 공룡이 최대 15m까지 자라는 것과 달리 아즈나비아는 약 3m로 망아지 크기밖에 안 됐다.
람베오사우루스는 북미에서 처음 출현해 육지로 연결된 아시아와 유럽 등지로 퍼져나갔지만, 깊은 바다로 분리돼 있던 아프리카에서는 화석이 발견된 적이 없다.
롱리치 박사는 이와 관련, 아프리카에서 오리주둥이 공룡 계열의 화석을 발견하리라고는 "결코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이는 스코틀랜드에서 캥거루를 발견한 것처럼 전혀 그럴 장소가 아니었다"고 했다.
연구팀은 "대륙이 분리되고 한참 뒤에야 이 공룡이 출현했으며 이후 육지로 연결된 증거도 없다"면서 "지질학은 아프리카가 바다로 둘러싸여 고립돼 있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으며 아프리카로 통할 수 있는 길은 바다밖에 없었다"고 했다.
연구팀은 이 때문에 아즈나비아가 수백 킬로미터의 바다를 헤엄치거나 아니면 부유물을 타거나 둥둥 떠서 아프리카에 도달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오리주둥이 공룡 계열이 긴 꼬리와 강한 다리를 가진데다 강의 퇴적층이나 바다 암석에서 화석이 자주 발견돼 수영을 잘했을 것으로 추정은 되나 넓은 바다를 건너는 것은 상상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동물이 바다를 건너는 것은 극히 드물기는 해도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다가스카르의 여우원숭이와 하마는 바다를 건너지 않고는 설명이 안 되는 존재들이며, 아프리카서 남미로 건너간 원숭이와 설치류 사례도 있다.
연구팀은 그러나 아즈나비아처럼 공룡이 바다를 건넌 것으로 나타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아즈나비아 오디세우스라는 학명도 이런 점을 고려해 이방인이라는 뜻의 아랍어와 바다 모험을 한 그리스 신화의 영웅의 이름에서 따왔다.
논문 공동 저자인 프랑스 소르본대학 자연사박물관의 누르-에딘 잘릴 박사는 "(공룡이 바다를 건너고 바다 환경에서 화석이 되는) 사실 같지 않은 일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면서 귀중하고 중요한 발굴 결과를 만들어냈다"면서 "아즈나비아는 오리주둥이 공룡이 아프리카에 발을 들여놓았다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바다가 늘 극복 못할 장애물은 아니라는 점을 말해주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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