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前대통령, 네이멍구 언어교육 비판…中대사 "내정간섭"
(선양=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몽골의 전직 대통령이 중국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 내 중국어 교육 강화 정책을 비판하자, 몽골주재 중국대사가 내정간섭이라며 반발했다.
28일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 등에 따르면 2009~2017년 몽골 대통령을 지낸 차히아긴 엘베그도르지는 지난 24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에게 보내는 공개서한 형식으로 중국 정책을 비판했다.
중국 당국은 이번 학기부터 2023년께까지 점진적으로 중국어(語文), 역사, 도덕과법치(정치) 등 3개 과목의 교과서 및 수업 진행을 몽골어 등 소수민족 언어 대신 표준어인 푸퉁화(普通話)로 바꾸도록 한 것으로 전해진다.
엘베그도르지 전 대통령은 중국 헌법상 "모든 민족은 고유의 언어를 사용하고 발전시킬 자유가 있다"면서 네이멍구 몽골족들이 기본적인 자유를 침해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독립된 민족으로서 몽골족을 해체하고 없애려는 잔혹 행위가 늘어나고 관련 보도가 제한되는 데 매우 놀라고 있다"면서 시 주석이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차이원루이(柴文睿) 몽골주재 중국대사는 "국가통용 언어는 국가주권의 상징"이라면서 "국가통용 언어를 학습·사용하는 것은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이며, 이는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이 같다"고 맞섰다.
차이 대사는 "중국정부는 법률에 따라 몽골족 등 소수민족이 자신들의 언어를 쓸 권리를 보호한다"면서 "언어교육 개혁을 포함한 네이멍구의 모든 일은 중국 내정으로, 타인의 간섭을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엘베그도르지 전 대통령의 관점은 완전히 잘못됐으며,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중국의 주권을 존중하고 사실관계를 제대로 이해하며, 관련 문제에 대한 과장을 멈춰달라"고 말했다.
중국은 몽골과 4천677km의 국경선을 접하고 있으며, 네이멍구 내 몽골족은 2010년 기준 422만명에 이르렀다.
앞서 뉴욕타임스(NYT) 등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수천 명의 몽골족이 교과서를 몽골어에서 중국어로 대체하는 데 반대해 시위를 벌였으며, 군중들은 '몽골어를 배우는 것은 빼앗길 수 없는 권리'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걸고 구호를 외쳤다.
하지만 글로벌타임스는 일부 서방매체가 문제를 과장 보도했다고 비판했다.
글로벌타임스는 네이멍구 당국을 인용해 이번 학기부터 몽골족 초등학교 및 중학교 1학년은 국가공인 교재로 중국어를 이용해 중국어 과목 수업을 한다면서, 다른 과목은 여전히 몽골어로 가르칠 수 있다고 밝혔다.
네이멍구의 또다른 지방당국은 "몽골어 과목 수업이 없어진다는 신호가 아니다"라면서 "소수민족의 대입 가산점 등 우대조치도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글로벌타임스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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