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포틀랜드서 극우·인종차별반대 단체 '맞불시위'(종합)
극우단체, 트럼프 대통령 '법과 질서'에 지지 보내
경찰-인종차별반대 시위대 충돌…수십명 체포
주지사 '좌·우파 충돌우려' 주말 간 비상사태 선포
(로스앤젤레스·서울=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이재영 기자 =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넉 달째 이어진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극우 단체가 '좌파 규탄' 집회를 열면서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이날 인종차별 반대 시위도 이어졌지만 다행해 우려했던 극우단체와의 직접적인 충돌은 없었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극우단체 '프라우드 보이즈'(Proud Boys)는 이날 포틀랜드 북쪽의 델타공원에서 집회를 열었다.
남성으로만 구성된 프라우드 보이즈는 스스로를 '서부 국수주의자'라고 칭하는 단체다.
앞서 프라우드 보이즈는 이날 집회에 최소 1만명이 모일 것이라는 예상을 내놨으나 경찰이 추산한 실제 참석자는 1천명 미만이었다.
집회 참석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대선 캠페인 구호로 내세운 법과 질서의 회복에 강력한 지지 의사를 보냈다.
또 최근 극좌파의 총에 맞아 숨진 우익단체 회원 애런 대니얼슨을 추모한 데 이어 인종차별 시위대에 총을 쏴 체포된 카일 리튼하우스의 행동까지 옹호했다.
경찰은 프라우드 보이즈 집회와 관련해 집회를 기록하던 사람을 공격한 4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프라우드 보이즈 집회 현장에서 2마일(3.2㎞) 떨어진 포틀랜드 페닌슐라 공원에서는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벌여온 단체들이 맞불 집회를 열었다.
이 집회에도 약 1천명이 참석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한편 포틀랜드 멀트노마카운티 보안관실은 이날 밤 도심에서 경찰에 돌과 깡통 등을 던지며 공격한 10여명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일부는 성조기를 불태운 것으로도 전해졌다.
프라우드 보이즈와 인종차별 반대 단체의 집회는 오후 들어 대체로 평화롭게 마무리됐지만 이후 수백명이 도심에 다시 모였고 이에 사법당국은 '불법 집회'로 규정해 해산시켰다.
로이터통신은 경찰과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가 충돌했다면서 행인이 촬영한 영상에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고 적힌 팻말을 든 군중을 경찰이 밀어내는 모습이 담겼다고 전했다.
앞서 민주당 소속 케이트 브라운 오리건 주지사는 다른 주 백인우월주의 단체가 프라우드 보이즈 집에 원정을 올 수 있고 좌·우파 단체의 충돌이 우려된다며 주말간 포틀랜드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브라운 주지사는 "우리는 어떤 종류의 폭력도 용납지 않을 것"이라며 "폭력의 불씨를 지피는 자들, 싸움을 위해 포틀랜드로 오는 자들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브라운 주지사는 오리건주 경찰과 포틀랜드 경찰에 최루탄 사용 등을 허가하는 비상권한도 부여했다.
jamin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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