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위기 넘긴 비스카라 대통령…페루 정국혼란 일단락
코로나19 위기 속 의회의 비스카라 탄핵 시도 무산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페루 의회의 대통령 탄핵 시도가 무산되면서 정국 혼란도 빠르게 잦아들었다.
마르틴 비스카라 페루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페루 중부 후닌 지역을 방문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노력을 점검했다고 대통령실 트위터는 전했다.
탄핵 위기를 넘긴 후 곧바로 코로나19 대응 모드로 돌아서는 모양새다.
심각한 보건 위기가 이어지던 페루를 급격히 혼돈 속에 빠뜨렸던 대통령 탄핵 시도는 일주일 만에 비교적 싱겁게 끝났다.
지난 18일 의회가 10시간의 마라톤 회의 끝에 실시한 탄핵 표결에서 비스카라 대통령 축출에 찬성한 의원은 32명에 그쳤다. 67명이 반대했고, 5명은 기권했다. 탄핵 가결에 필요한 정족수 87명(전체 130석)에 크게 못 미쳤다.
무소속 비스카라 대통령과 대립해온 페루 의회는 앞서 대통령의 비리 의혹을 시사하는 음성 파일이 공개되자 속전속결로 탄핵을 추진했으나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다.
공개된 음성 파일은 페루 문화부가 비스카라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한 가수와 부적절한 강연 계약을 한 사건과 관련된 것으로, 대통령이 측근들에게 거짓 증언을 지시하는 듯한 내용이 담겼다.
야당은 대통령 탄핵 사유인 '도덕적 무능'이라고 주장했지만, 전직 대통령들이 저지른 부패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미한 것으로 여겨진 데다 의회의 무리한 탄핵 시도가 오히려 반발을 불러왔다.
실제로 의회 표결을 앞두고 페루에선 비스카라 대통령을 지지하는 온·오프라인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탄핵 시도가 무산된 뒤 비스카라 대통령은 트위터에 "큰 위기를 맞아 우리는 분별력과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 한다"며 "이제 페루 국민에게 정말 중요한 것을 위해 함께 힘을 모으자"고 말했다.
대통령이 의회에 판정승을 거뒀지만,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펼쳐진 정쟁은 정부에도 마이너스다.
정치 분석가 아우구스토 알바레스 로드리치는 AFP통신에 "승자는 없다. 의회뿐만 아니라 행정부도 패배했다"며 "코로나19가 국민의 목숨을 앗아가고 실업률이 치솟는 상황에서 입법부와 행정부가 정치 다툼에 갇혀 있는 것을 국민이 목격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구 3천300만 명 페루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76만2천865명으로 전 세계에서 5번째, 사망자는 3만1천369명으로 전 세계 7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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