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보건장관, 리덩후이 추모…"민주주의 유산" 기려
'미스터 민주주의' 리 전 총통 분향소 방문
코로나19 中책임론 재차 제기…"대만의 WHO 옵서버 지위 회복 시도할 것"
(선양=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앨릭스 에이자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이 12일 대만의 민주주의 지도자인 리덩후이(李登輝) 전 총통의 분향소를 찾아 추모했다.
1979년 단교 이후 대만을 방문한 미 최고위급 인사인 에이자 장관은 3박 4일 대만 방문 마지막 날을 맞아 리 전 총통의 분향소를 방문하고 "리 전 총통의 민주주의 유산은 미국과 대만 관계를 영원히 앞으로 나아가게 할 것"이라는 추모 메시지를 남겼다고 대 만매체 자유시보가 전했다.
1988~2000년 대만 총통을 지낸 리덩후이는 재임 시절 국민당 독재를 끝내고 다당제와 총통 직선제를 도입해 '미스터 민주주의'라 평가받는다.
그는 또 대만 독립을 추구하는 이들로부터 '대만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반면 중국에서는 '대만 독립 세력(臺獨)의 수괴'로 지목됐다.
미국이 중국 공산당과 자유 세계를 구분하는 식으로 미중 간 전선 형성을 시도하는 상황에서 리 전 총통 추모는 중국을 자극할 수 있지만, 에이자 장관은 이날 추모는 물론 방문 기간 수차례 리 전 총통을 언급하며 높이 평가했다.
에이자 장관은 10일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을 만나 "리 전 총통은 대만 민주주의의 아버지인 동시에 20세기 전 세계 민주주의 조류의 중요한 지도자"라고 말했고, 11일 대만국립대학 강연 도중에는 "위대한 영웅"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한편 에이자 장관은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중국 책임론을 재차 꺼내 들었다.
그는 아시아태평양지역 매체와의 전화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코로나19 대응 문제점을 지적하고 "중국이 자국 내에서는 여행 금지령을 내렸지만, 수많은 중국인이 세계 곳곳을 여행하게 둬 미국, 유럽에 바이러스를 확산시켰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중국이 세계보건기구(WHO) 의사결정기구인 세계보건총회(WHA)에서 대만의 옵서버 자격 참가를 반대하는 것과 관련해 "장관으로 있는 동안 대만의 옵서버 지위 회복을 시도하겠다"고 공언했다.
에이자 장관은 이번 방문 기간 대만의 대 미국 투자 등 경제, 무역 사안도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AFP 통신에 따르면 에이자 장관은 이날 대만 마스크 공장을 방문해 "우리는 안보·경제·보건 문제 등에서 친구이자 파트너인 대만을 지속해서 지지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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