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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미국 거리두는 WHO 발판삼아 세계 리더십 타진"
시진핑 기조연설·WHO 지원약속 통해 미국과 정면대립
미 동맹국도 원론적 지지…미국은 반중정서 확대에 집중


(서울=연합뉴스) 김서영 기자 = 코로나19에 따른 글로벌 위기 속에 미국이 고립주의 성향을 보이자 중국이 바로 리더로 행세하고 나섰다.
중국은 그간에도 파리 기후변화협약, 이란핵합의, 글로벌 통상 등 각 분야에서 미국의 일방주의를 배격하는 다자주의 체계의 수호자 이미지를 가꿔가려고 노력해왔다.
18일(현지시간) 화상회의 형식으로 이틀 일정에 들어간 세계보건기구(WHO) 연례 총회에서는 글로벌 질서를 주도하는 강국을 지향하는 중국의 태도가 고스란히 되풀이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는 대조적으로 개막식의 기조연설자로 나서 글로벌 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아프리카에 20억달러(약 2조4천억원)의 자금 및 의료물자 지원을 약속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WHO에 대한 지원을 전면 중단하겠다는 경고와 다시 한번 대비됐다.
나아가 시 주석은 미국이 비방하는 다자주의 체계인 WHO의 노고를 호평하며 다른 국가도 WHO 재정지원을 늘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안보 동맹국들이 중국의 주장에 최소한 원론적으로는 동조하고 나섰다는 사실은 따로 주목을 받았다.
중국이 코로나19 초기대응에서 '투명성 의무'를 저버렸다고 비판해온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 주요국 대표들이 중국의 편에 섰다.
심지어 이들 국가는 WHO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미국의 태도를 에둘러 비판하기도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는 국제적 지도력이 부족하다며 "WHO의 대체 불가능한 조정자 역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WHO는 합법적인 기관이고 모든 가닥이 합해지는 국제기관"이라며 "지속적인 재정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이런 국제사회 분위기에서 세계 지배구조를 재편할 기회를 타진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행보에는 내외에서 닥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도 함께 관측된다고 설명했다.
시 주석은 코로나19 발병 후 중국 내부에서 경기침체와 초기 대응 부실에 대한 부정적 여론의 압박을 받아왔다.
그러나 그는 중국의 확산세가 둔화할 무렵 미국과 유럽 등 서방에서 창궐이 심해지자 이를 선전에 이용해 여론을 잠재웠다.
중국은 코로나19의 발병지로서 외부에서는 책임론에 시달리자 글로벌 대응을 주도하는 방식으로 해소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세계의 어느 기관이나 국가도 코로나19 국면에서 국제적 차원의 대응을 주도하지 못한다는 공백을 파고든 것이다.
유럽연합(EU) 국가들은 공동 전략을 수립하지 못한 상황이었으며 마스크 착용이나 봉쇄 조처와 관련한 WHO의 지침도 무시됐다.
미국은 유럽과 아시아의 동맹국들과 대응책을 조율하려고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치적 공백이 발생했다.
중국의 리더십 자처 앞에 미국은 중국에 대한 비방 수위만 높여가고 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존 울리엇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중국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국제사회에 2년간 20억달러 지원 방침을 밝힌 것은 책임론을 면하려는 주의분산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울리엇 대변인은 WHO에 대한 자금 지원을 동결하는 것이 미국의 리더십 약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며 지금까지 미국이 팬데믹 사태에 이미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대리해 WHA에 참석한 앨릭스 에이자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도 이날 연설에서 중국이 투명성 의무를 저버려 엄청난 희생을 초래했다며 반중정서를 부추기는 데 공을 들였다.

sy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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