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일강댐 협상 난항 속 이집트-에티오피아 갈등 심화
지난달 말 美 중재 협상 결렬…댐 저수기간 놓고 마찰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아프리카 나일강의 수자원을 둘러싼 이집트와 에티오피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이 중재한 이집트, 에티오피아, 수단 등 3개국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이집트는 에티오피아가 나일강댐 상류에 건설 중인 '그랜드 에티오피아 르네상스댐'(르네상스댐)을 일방적으로 운영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이집트 외무부는 7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에티오피아의 태도는 수력발전의 패권을 행사하고 나일강에 대한 유일한 수혜자가 되려는 의도를 분명히 보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히 에티오피아는 (나일강) 하류 국가들과 합의 없이 올해 7월 일방적으로 르네상스댐에 물을 담으려고 고집한다"고 덧붙였다.
에티오피아는 2011년부터 나일강 상류에 발전용량 6천㎿급 르네상스댐을 짓고 있으며 현재 공정률은 70%가 넘는다.
에티오피아는 경제 개발을 위해서는 댐 건설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이집트는 이 댐이 건설되면 에티오피아를 거쳐 자국으로 유입되는 나일강 수량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며 반발해왔다.
이집트는 물 수요의 90%를 나일강에 의존하며 최대 전력 공급원인 아스완댐의 저수량도 나일강 유량에 직접 영향을 받는다.
이집트는 에티오피아가 르네상스댐을 일방적으로 운영할 개연성을 우려하는데 최근 에티오피아가 협상에 소극적으로 나오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집트와 에티오피아, 수단은 작년 11월부터 미국 재무부의 중재로 르네상스댐을 둘러싼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협상을 본격적으로 벌였다.
3개국은 올해 1월 댐의 운영 조건에 잠정적으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달 27∼28일 미국 워싱턴에서 최종 합의를 목적으로 열릴 예정이던 장관급 회담에 에티오피아가 불참했고 아직 후속 회의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
당시 에티오피아 정부는 협의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미국에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았다.
게두 아다르가츄 에티오피아 외교부 장관은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미국인들이 건설적인 역할을 하기를 원한다"며 미국 정부를 향해 르네상스댐 협상을 지나치게 빠르게 추진하거나 협상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고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미국 정부가 에티오피아에 불리한 협상을 유도하려 한다며 불만을 나타낸 것이다.
앞서 미국 재무부는 지난달 28일 관련국들의 합의 없이 에티오피아가 르네상스댐에 물을 저장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외신에 따르면 르네상스댐 협상의 최대 쟁점은 댐에 물을 채우는 기간이다.
에티오피아는 최대 6년 동안 댐에 물을 채우기를 원하지만, 이집트는 10년 이상 동안 서서히 저수량을 늘려야 한다며 반발했다.
이집트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에티오피아를 견제하겠다는 입장이다.
아랍국가들의 모임인 아랍연맹(AL)은 지난 4일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외무장관 회의를 열고 에티오피아가 르네스상스댐을 일방적으로 운영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성명을 채택했다.
그러나 에티오피아는 이집트가 주도한 이 성명을 거부한다고 밝혔고 협상의 다른 참여국인 수단은 성명 참여를 보류했다.
수단은 르네상스댐 문제에서 과거 국경 분쟁을 겪었던 이집트보다 에티오피아에 우호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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