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외무 대행 "일본 배치될 美 '이지스 어쇼어' 러시아에 위협"
연례회견서 거듭 우려 표명…"리비아 논의 베를린 회의 합의문 거의 조율"
"러·중 제안 한반도 문제해결 '행동계획'에 미국, 남·북한 모두 관심"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 외교 수장이 17일(현지시간) 미국의 지상 배치형 요격미사일 시스템 '이지스 어쇼어'(Aegis Ashore)의 일본 배치 계획에 대해 '러시아에 대한 위협'이라고 거듭 우려를 표명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대행은 이날 연례 기자회견에서 이지스 어쇼어 시스템의 일본 배치 계획과 관련한 러시아의 입장에 대해 질문을 받고 러시아는 일본이 러시아에 대해 악한 생각을 갖고 있다고 보지 않지만, 러시아 국경 인근에 미국 공격 무기를 설치하려는 일본의 구상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러시아 내각은 앞서 지난 15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가 내각 총사퇴를 밝히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면서 기존 각료들의 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라브로프는 이지스 어쇼어 시스템 일본 배치와 관련 "일본이 미국에서 구매한 미사일방어(MD) 시스템 발사대를 (자국에) 배치하려 한다"면서 "이 발사대는 미국이 이미 요격 미사일 뿐 아니라 공격용 순항미사일(토마호크) 발사를 위해서도 시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우리 국경 근처에 공격용 무기를 배치하려는 가능성을 의미한다"면서 "당연히 우리는 이에 주의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라브로프는 "우리는 일본 지도부와 정치 엘리트가 러시아에 대해 어떤 악한 생각을 갖고 있다고 의심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우리는 선한 이웃 영토에서 러시아에 대한 위협이 제기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우려를 밝혔다.
일본은 지난 2017년 처음으로 자국 서부 해안 지역에 이지스 어쇼어 시스템을 배치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은 2023년까지 이지스 어쇼어 시스템을 배치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일본에 배치될 이지스 어쇼어를 미국의 글로벌 MD 시스템의 일부라고 주장하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라브로프는 또 이날 회견에서 리비아 내전 사태에 대해서도 언급하면서 오는 19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릴 예정인 리비아 사태 논의 국제회의의 최종 합의문이 거의 조율됐다고 소개했다.
그는 러시아가 베를린 회의 최종 합의문 마련을 위한 5차례의 준비 회담에 모두 참여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라브로프는 자신이 베를린 회담에 참가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리비아 내전 당사자인 서부 지역 리비아통합정부(GNA)와 동부 반군 리비아국민군(LNA) 대표들은 지난 13일 모스크바에서 러시아와 터키의 중재로 휴전 협정 체결 협상을 벌였으나 LNA 지도자칼리파 하프타르 사령관이 서명을 거부하면서 협정이 체결되지 못했다.
한편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라브로프의 기자회견에 맞춰 내놓은 질의응답 보도문에서 한반도 문제와 관련, 러시아는 중국과 함께 한반도 문제의 종합적 해결 구상을 담은 '로드맵'을 제안했었고 이를 발전시킨 새로운 '행동계획'도 제안한 바 있다고 소개하면서 "미국과 북한, 한국 등이 '행동 계획' 프로젝트(논의)에 가담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지난 한 해 동안 세 나라가 러-중 제안 행동 계획과 관련해 전달해온 지적들을 고려해 더 개선된 행동 계획을 지난해 11월 말 파트너 국가들에 전달했다면서 관련국들의 정기적 접촉을 통해 앞으로 한반도의 모든 문제를 논의하기위한 다자 협의 틀이 가동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중국은 지난 2017년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종합적·단계적 구상을 담은 3단계 로드맵을 함께 마련해 제안하고 이의 이행을 관련국들에 촉구해 왔다.
지난해부터는 이 로드맵을 발전시키고 보다 구체화한 새로운 한반도 문제 해결 구상인 행동 계획을 역시 중국과 함께 마련해 관련국들과 협의해 왔다.
라브로프는 지난해 11월 말 중단된 한반도 비핵화 협상 과정을 지원하고 이 과정이 교착상태로 빠져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 러시아와 중국이 군사, 정치, 경제, 인적 교류 등 4개 분야에 걸친 보다 세부적인 행동 계획을 만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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