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 대규모 홍콩 시위 '외부 세력 개입' 공방(종합)
홍콩 재야단체 "위장 경찰이 일부러 폭력시위 유발" 주장
中 중앙정부는 "외국 정치인이야말로 시위 배후" 반박
(홍콩·베이징=연합뉴스) 안승섭 심재훈 특파원 = 새해 첫날 시위에 100만 명의 홍콩 시민이 참여한 가운데 홍콩 재야단체와 중국 중앙정부가 시위 배후세력을 놓고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홍콩의 대규모 시위를 주도해온 재야단체 연합 민간인권전선이었다.
민간인권전선이 주최한 1일 빅토리아 공원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100만 명이 넘는 시민이 참여했으며, 집회 후 이들은 홍콩 도심인 센트럴 차터로드까지 행진했다.
하지만 민간인권전선의 평화시위 호소에도 불구하고 일부 시위대는 완차이 지역에 있는 중국 보험사인 중국인수(人壽)보험 건물 유리창과 구내 커피숍 기물을 파손했으며, 이때부터 폭력시위가 확산했다.
홍콩, 새해 첫날부터 "100만 시위"…'화염병·최루탄' 충돌 / 연합뉴스 (Yonhapnews)
경찰은 시위대의 폭력 행위를 이유로 오후 5시 30분 무렵 주최 측인 민간인권전선에 행진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으며, 이후 대규모 검거 작전을 통해 무려 400명이 넘는 시위 참여자를 검거했다.
민간인권전선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폭력 시위의 발단이 된 중국인수보험 공격에 '위장 경찰'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목격자 증언에 따르면 당시 마스크를 쓴 2명의 시위자가 중국인수보험 건물 유리창을 깨부순 후 시위 진압 경찰 옆을 지나가면서 "같은 편이야"라고 외쳤다. 이에 경찰은 이들을 체포하지 않고 그냥 지나가도록 했다고 한다.
수상하게 여긴 시위대가 이들에게 "동지들이냐"고 물었지만 두 사람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고, "위장 경찰이냐"고 재차 묻자 이들이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홍콩 경찰은 이를 강력하게 반박했다.
경찰은 성명을 내고 "누군가 '가짜 뉴스'를 만들어 경찰을 음해하고 있다"며 "홍콩 경찰은 어떠한 위법행위도 하지 않았으며, 이번 사건을 엄정하게 조사해 폭도들을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6월 초 시작된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안) 반대 시위가 장기화하자 홍콩 경찰은 지난해 말부터 시위대로 위장한 사복 경찰을 시위 현장에 투입해 시위 참여자를 검거하는 작전을 펴왔다.
하지만 홍콩 시위대는 이들 위장 경찰이 시위대 검거뿐 아니라 폭력행위를 주도해 일부러 폭력 시위를 조장하고 이후 대규모 체포 작전에 나서는 작전을 펴왔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중국 중앙정부는 홍콩 사태의 책임을 '외세 개입'으로 돌리며 내정 간섭 반대 입장을 재천명하고 나섰다.
2일 중국 외교부 홍콩 주재 사무소 대변인은 일부 외국 정치인들이 캐리 람 홍콩 특구 행정장관을 비난하고 홍콩 문제에 간여하고 있다면서 단호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 대변인은 "지난 200여일 홍콩 사회가 불안을 겪으면서 경기 후퇴와 법치의 부재, 사회적 파탄으로 심각한 피해를 봤다"면서 "새해를 맞아 홍콩 동포들은 안정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데 외국 정치인들이 흑백을 전도하며 사회 질서를 지키는 홍콩 경찰을 헐뜯고 폭도와 반중 세력의 기를 북돋우고 있다"고 비난했다.
대변인은 "그들의 계략은 망상에 사로잡힌 것으로 절대 실현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홍콩은 중국의 특구로 홍콩이 국제 사회와 연계돼있다고 해서 외부 세력이 개입할 구실이 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홍콩 반환 후 홍콩 문제는 중국의 내정이며 외부 세력이 간섭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면서 "우리는 홍콩 행정장관이 법에 따라 일을 처리하고 홍콩 경찰이 엄정한 법 집행을 하는 것을 확고히 지지한다"고 밝혔다.
양측의 공방은 홍콩 시위를 둘러싼 근본적인 시각 차이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홍콩 시위대는 강경한 시위 진압을 고수하는 홍콩 정부의 배후에 중국 중앙정부가 있다고 비판하면서, 시위대와 대화를 원치 않는 중국 측 입장이 시위 장기화의 근본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반면에 중국 중앙정부는 홍콩 인권 탄압에 책임 있는 인사를 제재하는 미국의 '홍콩 민주주의 인권 법' 등을 거론하면서 홍콩 시위의 배후에 중국을 분열시키려는 외국 세력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근본적인 시각 차이가 홍콩 시위대와 중국 중앙정부의 갈등이 갈수록 고조되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새해에도 이러한 갈등과 시위 사태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낳게 한다.
ssah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