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무부 내홍 속 "충성심 부족 직원 재배치" 이란특별대표 감찰
트럼프 행정부 들어 정무직-직업 관료 갈등전선 표면화
탄핵국면서 직업외교관 줄줄이 트럼프 행정부에 반기…국무부 '어수선'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브라이언 훅 미국 국무부 대(對)이란 특별대표가 트럼프 행정부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직원을 다른 부서로 재배치하는데 모종의 역할을 했다는 국무부 내부 감찰 결과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 들어 잠복해온 국무부 내 친(親) 트럼프계 그룹과 오바마 행정부 때부터 일해온 직업 관료 간 갈등 양상의 단면이 다시 한번 노출된 셈이다.
가뜩이나 국무부가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둘러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 국면에 휘말리면서 어수선한 분위기에 휩싸인 상황에서다.
워싱턴포스트(WP)는 14일(현지시간) 국무부 내부 감찰관이 이러한 내용을 지적하면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훅 특별대표에 대한 징계를 권고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직원은 훅 특별대표 사무실에서 '해임'됐으며, 내부 감찰관은 이러한 조치가 직무상의 이유라기보다는 이 직원의 정치적 성향과 전임 행정부 인사들과의 연고, 국적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 따른 부적절한 처사였다고 결론을 내렸다.
다만 이번 사건이 시작된 시기는 트럼프 행정부 초기 훅 특별대표가 국무부 선임 정책기획관으로 재직하던 때였다고 WP는 덧붙였다. 이때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장관을 맡고 있었다.
WP는 이번 사건이 트럼프 행정부 들어 국무부를 괴롭혀온 내부 갈등 전선을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명한 정무직 관리들이 직업 외교관 등 관리들을 트럼프 대통령의 어젠다들을 약화하려는 '딥 스테이트'(국가 정책과 정치를 왜곡하고자 막후에서 나쁜 영향력을 행사하는 숨은 기득권 세력)로 매도해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 인사들은 일부 당국자들이 보수적 활동가들이 개발한 '음모론'을 기반으로 국무부와 백악관에서 정파와 무관한 외교관 및 공무원들을 제거하기 위해 거짓 혐의들을 퍼트려왔다고 WP는 보도했다.
'딥 스테이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부터 워싱턴DC 내 기득권 세력과 싸움을 모토로 하면서 규정한 프레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탄핵 국면에서도 자신을 딥 스테이트의 희생양으로 규정하며 역공을 시도해왔다.
앞서 지난 8월 내부 감찰관 보고서도 국제기구 현안 관리 감독실 간부들이 직원들의 정치적 충성심 부족을 문제삼아 보복을 가했다는 지적을 한 바 있다고 WP는 보도했다.
WP는 이들 감찰 보고서 및 탄핵 조사를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는 직업 관료들에 대한 정무직 관료들의 '부당 처사'라고 지적했다.
국무부 내부의 이러한 균열 양상은 탄핵 조사 국면에서도 표면화됐다. 전날 공개 청문회에서 증언한 조지 켄트 국무부 유럽·유라시아 담당 부차관보, 윌리엄 테일러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 대행과 15일 청문회에 출석할 마리 요바노비치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 등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내놓는 직업 관료들이 줄줄이 등장하고 있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이 이번 스캔들에 연루, 정치적 공격에 처하게 된 국무부 당국자들에 대한 '방어'를 꺼리면서 국무부 내 위상에 손상이 가해지고 있으며, 이는 결국 국무부 내 사기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는 보도도 나온 바 있다.
감찰관실의 이번 감찰 결과에는 해당 직원의 실명이 적시돼 있지는 않지만 국무부 내 이란 전문가인 이란계 사하르 노르자디에 관한 것으로 보인다고 WP는 전했다. 노르자디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인 2005년 연방정부에 합류했다.
지난 2017년 3월 "틸러슨 장관이 오바마 정책 당국자를 왜 여전히 데리고 있는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내용 등을 담은 기사가 한 보수 성향 매체에 실린 뒤 노르자디는 기사 내용이 잘못됐다면서 기사가 수정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훅 특별대표에게 이메일을 보냈으나 훅은 이에 대해 답신을 보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훅 특별대표는 감찰관 보고서에 들어가 있는 A4 쪽 8짜리 의견서를 통해 노르자디 교체에 정치적 요인이 작용하지 않았다고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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