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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 부동산 불법 매입 파장 어디까지…추기경도 의혹선상에
국무원 출신 시성성 장관 베추 추기경 역할 조명…베추 "터무니없다" 부인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바티칸 경찰이 수사하는 교황청의 불법 금융·부동산 거래 의혹에 교황청 현직 장관인 고위 성직자의 연루설도 불거져 귀추가 주목된다.
30일(현지시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교황청 국무원이 자선기금으로 영국 런던의 고급 빌딩을 불법 매입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교황청 시성성 장관인 죠반니 안젤로 베추 추기경의 역할이 조명받고 있다.
거래가 이뤄진 2014년 당시 베추 추기경은 교황청 관료 조직의 최고봉이라는 국무원(Secretariat of State)에서도 요직으로 꼽히는 국무장관직을 맡고 있었다.
국무원은 내무부격인 국무부(제1부)와 외교 업무를 총괄하는 외무부(제2부), 외교관 양성·교육 등을 관장하는 외교인사부(제3부) 등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국무부는 교황의 일상 업무를 관리하고 교황청 기구들의 업무를 조정·감독하는 것은 물론 나라 살림살이까지 책임지는 핵심 부서다.
거액의 자금이 부동산 투자 용도로 빠져나갔다면 국무장관이 이를 몰랐을 리 없다는 게 의혹의 요지다.
실제 바티칸 경찰도 부동산 거래 당시 베추 추기경이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추 추기경은 이러한 의혹을 '터무니없다'며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그는 ANSA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내 양심은 깨끗하다. 나는 항상 교황청의 이익을 추구했으며, 사익을 위해 일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교황청이 신자들의 헌금으로 조성되는 자선기금으로 부동산 투자 사업을 하는 정당성도 강조했다.
자선기금은 교황이 가난한 이들에게 자선을 베풀기 위한 용도이기도 하지만 사목(司牧)을 위한 자금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교황청을 운영하고 신자들을 돌보는 사목 활동 등을 하려면 자금이 필요하고 이를 넉넉히 확보하고자 투자 활동을 하는 것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취지다.
베추 추기경은 그러면서 "교황청에서 부동산 투자는 관행으로 받아들여진다. 로마와 파리, 스위스는 물론 런던에서도 그렇게 해왔다. 런던 부동산을 처음 취득한 교황은 비오 12세(재위 1939∼1958)"라고 강조했다.
교황청의 자선기금 규모는 6천만∼7천만유로(약 778억∼908억원)가량으로 추정되는데 이 가운데 30%만 자선 목적으로 쓰이고 나머지 70%는 교황청 운영, 직원 급여 등 일반 행정비용으로 사용된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교황청 서열 2위로 인식되는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이 런던 부동산 매입 과정이 투명하지 않았다며 의혹 해소 의지를 밝혀 주목된다.
그는 전날 주교황청 이탈리아 대사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취재진에 "당시 계약은 다소 불투명했다. 지금 우리는 이 모든 의혹을 해소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자선기금은 현재 잘 관리되고 있다며 일각에서 제기한 오·전용설을 부인했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바티칸 경찰이 현재 수사 중인 의혹의 핵심은 국무원이 자선기금 2억달러(약 2천333억원)를 전용해 영국 첼시 지역의 빌딩을 불법 매입하고서 고급 아파트로 개조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국무원과 금융 범죄를 단속하는 재무정보국(AIF) 등을 이달 초 전격적으로 압수수색했다. 또 의혹에 연루된 몬시뇰급 성직자를 비롯해 직원 5명을 직무에서 배제하고 청내 출입을 금지했다.
lu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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