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세 중년에도 느린 걸음은 노화가 빨라지는 조짐"
미 듀크대 연구진 보고서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고령자의 걷는 속도가 느리면 노화가 빨리 진행된다는 연구 결과는 이전에도 보고된 바 있다.
그런데 만 45세의 중년에도, 가장 빨리 걸을 때의 보속(步速)이 뇌와 신체 노화를 보여주는 지표가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45세 때 걸음이 느리면 노화가 빨라지는 신호라는 것이다.
보고서에는 만 3세 때의 신경인지 능력 등을 보면, 45세 때의 걸음 속도를 예측할 수 있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미국 듀크대 인문과학대의 테리 E.모핏 심리학·신경과학과 교수팀은 이런 내용의 연구 보고서를 11일(현지시간) 미국 의사협회의 온라인 저널 'JAMA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 발표했다.
듀크대가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보도자료에 따르면 연구팀은 이번 실험을 위해 19단계의 노화 측정 등급을 고안했다.
걸음이 느린 45세 피험자는 이미 노화가 빨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이런 피험자의 폐, 치아, 면역체계 등은 걸음이 빠른 피험자보다 더 노화된 형태를 보이는 경향이 있었다.
피험자가 어린아이 때 받은 신경인지 테스트 결과는, 나중에 누가 느리게 걷는 어른이 될 것인지를 보여줄 수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만 3세 때 IQ, 언어 이해력, 욕구불만 내성, 운동 기능, 감정 통제 능력 등을 측정한 결과를 보면 45세 때의 걷는 속도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의 수석저자인 모핏 교수는 "걷는 속도가 느린 70대와 80대가 속도가 빠른 동년배보다 수명이 짧다는 건 의사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취학 전부터 중년까지 포괄한 이번 연구에선, 노령기가 되기 수십 년 전부터 걷는 속도가 문제의 조짐이라는 게 확인됐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 사용한 데이터는, 뉴질랜드 동남부 항구도시 더니든(Dunedin)에서 같은 해에 태어난 주민들을 장기간 관찰 분석한 결과다.
이번 연구에 지원한 주민은 모두 904명인데 이들 대부분은 2017년 4월부터 올해 4월 사이에 45세가 됐다.
마지막 평가의 MRI 검사에서 걸음이 느린 사람은 뇌 피질의 두께가 상대적으로 얇고, 뇌 표면적이 좁으며, 백질 과집중(white matter "hyperintensities") 빈도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연령보다 뇌가 늙었다는 뜻이다.
걸음이 느린 피험자는 또한 사진을 이용한 '얼굴 나이(facial age)' 평가에서도 더 늙어 보이는 것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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