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같던 에콰도르 평화 되찾았다…시위대·경찰 함께 거리청소
정부의 유류 보조금 부활로 11일간의 반정부 시위 종료
서서히 일상 회복…키토 집결했던 원주민 시위대도 집으로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열흘 넘게 이어진 전쟁 같은 시위 사태가 끝나고 에콰도르에 평화가 찾아왔다.
정부와 시위대가 시위 종료에 합의한 이튿날인 14일(현지시간) 에콰도르 수도 키토에선 이른 아침부터 시위대와 경찰, 공무원, 자원봉사자들이 거리 청소에 나섰다고 에콰도르 일간 엘코메르시오 등이 전했다.
에콰도르에서는 지난 3일 정부가 유류 보조금을 없애기로 한 이후 이에 반발한 원주민 등이 키토 등지에서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정부의 비상사태 선포와 키토 통행금지령 발령으로까지 이어졌던 시위는 전날 레닌 모레노 대통령이 원주민 대표와의 협상에서 유류 보조금을 부활하기로 하면서 마침내 끝나게 됐다.
모레노 대통령은 합의 다음 날인 14일 트위터를 통해 몇 시간 내로 유류 보조금 폐지를 철회하겠다고 밝히며 "우리는 평화를 택했다"고 말했다.
이날 키토 거리엔 시위 때와 마찬가지로 원주민과 학생, 경찰들이 가득했지만 이들 손엔 창과 돌, 방패 대신 빗자루와 쓰레기봉투가 들려 있었다.
이들은 지난 11일간 이어진 격렬한 반(反)정부 시위로 쑥대밭이 된 도시 곳곳을 치웠다.
도로에 타다 남은 타이어 등의 잔해를 치우고 바리케이드로 썼던 벽돌 등 건축 자재들도 제자리로 돌려놨다.
폭격 맞은 것 같았던 키토 거리는 점점 제 모습을 찾았다.
시위에 동참하기 위해 아마존 열대우림과 안데스 산악지역 등에서 키토로 집결했던 원주민들도 텐트 등을 접고 집으로 속속 돌아갔다.
원주민들이 옷 꾸러미를 챙겨 차에 오르는 동안 시민들이 "우리가 해냈다"를 연호하며 배웅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시위에 참여했던 파브리시오 몰리나는 AP에 "우리의 목표를 달성했다"며 정부가 합의를 뒤집으면 언제든 다시 거리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시위가 격화하는 동안 굳게 문을 닫았던 상점들도 이날 오랜만에 문을 열었다.
다만 휴교는 이날도 이어졌다. 에콰도르 교육부는 각 도시의 상황을 점검해 수업 재개 시점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힘겹게 평화는 되찾았지만 후유증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에콰도르를 극심한 혼란 속에 몰아넣었던 이번 시위로 7명이 숨지고, 1천340명이 다쳤으며 1천152명이 연행됐다. 정부는 수도 키토 대신 최대도시 과야킬로 잠시 정부 기능을 이전하기도 했다.
정부와 언론사 건물이 공격받고, 일부 시위대의 유정 점거로 산유량도 급감하는 등 물리적인 피해도 상당하다.
모레노 대통령도 내상을 입었다.
에콰도르는 국가 재정이 악화해 올해 초 국제통화기금(IMF)에 42억 달러(약 5조원)의 금융지원을 받았는데, 앞으로도 긴축정책 추진에 난관이 예상된다.
모레노 대통령은 이번 시위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부와 전임자인 좌파 성향의 라파엘 코레아 전 대통령이 정부를 흔들기 위해 벌인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이날 에콰도르 검찰은 시위 도중 공공기물 파손에 관여한 혐의로 코레아 전 대통령의 측근인 파올라 파본 피친차 주지사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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