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항생제 남용으로 애꿎은 돌고래도 피해
미 플로리다 연안 큰돌고래 대상 연구 결과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인간의 항생제 남용으로 항생제 내성균이 늘어나면서 애꿎은 돌고래들까지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플로리다 애틀랜틱 대학(FAU)에 따르면 이 대학 하버브랜치 해양학연구소의 전염병학자 애덤 섀퍼가 이끄는 연구팀은 플로리다주 인디언강 석호 주변의 큰돌고래(bottlenose dolphin)들에서 검출된 병원균을 검사한 결과, 항생제 내성이 심각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과학저널 '수생포유류(Aquatic Mammals)'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2003년부터 13년에 걸쳐 수집된 자료와 다제내성(MAR) 지수를 활용해 총 171마리의 큰돌고래로부터 733종의 병원균을 검출해 분석했다.
이 병원균 중 한가지 이상의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것이 88.2%에 달했다.
특히 에리트로마이신(erythromycin)은 내성이 91.6%에 달해 가장 높았으며, 암피실린(ampicillin·77.3%)과 세파로신(cephalothin·61.7%)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대장균 사이에서 시프로플록사신(ciprofloxacin)에 대한 내성은 샘플 수집 기간에 두 배로 늘어 인간 사회와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호흡기 감염과 요로 감염증 등을 유발하는 녹농균(Pseudomonas aeruginosa)은 큰돌고래 사이에서 가장 많이 검출됐으며 연구기간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녹농균과 심각한 해산물 식중독을 일으키는 비브리오 알지놀리티쿠스(vibrio alginolyticus)는 MAR 지수가 2003~2007년, 2010~2015년에 많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함께 세포탁심(cefotaxime)과 세프타지딤(ceftazidime), 젠타마이신(gentamicin) 등은 샘플 수집 기간에 검출된 모든 병원균에서 내성이 증가했다.
섀퍼 연구원은 큰돌고래에서 검출된 병원균들의 항생제 내성이 급증한 것은 "인간 보건의 흐름을 반영한 것"이라면서 "이번 연구결과를 토대로 볼 때 돌고래의 병원균들은 항생제를 정기적으로 사용하는 데서 흘러나왔을 가능성이 높으며, 인간 활동이나 지상의 근원으로부터 나와 해양 환경으로 흘러들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매년 200만명 이상이 항생제 내성 병원균에 감염되며 2만3천명 이상이 이로 인해 목숨을 잃는 것으로 집계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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