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정부 '강공' 시작했나…'우산혁명' 주역 조슈아 웡 체포(종합)
31일 대규모 시위 앞두고 전격 체포…홍콩민족당 대표도 체포
'긴급법' 거론·중국군 장갑차 출현 등 시위 강경진압 조짐
시위대, 9월 '동맹휴학·총파업' 등 예고해 충돌 고조 우려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홍콩 '우산 혁명'의 주역이자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를 이끌어온 조슈아 웡(黃之鋒) 데모시스토(香港衆志)당 비서장 등이 경찰에 전격 체포돼 홍콩 정부의 강공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데모시스토당은 30일 트위터를 통해 "조슈아 웡 비서장이 오늘 아침 7시 30분 무렵 체포됐다"며 "그는 밝은 시간대에 길거리에서 미니밴에 강제로 밀어 넣어졌으며, 우리 변호사가 상황을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데모시스토당은 조슈아 웡이 완차이에 있는 경찰본부로 끌려갔으며, 3가지 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 정부 '강공' 시작했나…'우산혁명' 주역 조슈아 웡 체포 (黃之鋒, Hong Kong, JOSHUA WONG) / 연합뉴스 (Yonhapnews)
조슈아 웡은 지난 2014년 79일 동안 대규모 시위대가 홍콩 도심을 점거한 채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한 '우산 혁명'의 주역이었다. 당시 그는 겨우 17세의 나이에 하루 최대 50만 명이 참여한 대규모 시위를 주도해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그는 최근 송환법 반대 시위에도 활발하게 참여하면서 송환법 완전 철폐와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의 퇴진 등을 요구해 왔다.
또한, 전날 밤에는 '홍콩 독립' 등을 주장하다가 지난해 강제 해산된 홍콩민족당의 창립자 앤디 찬이 출국하려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홍콩 경찰은 앤디 찬이 폭동과 경찰관 공격 등의 혐의로 체포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달 1일 공격용 무기 소지 등의 혐의로 체포됐다가 법원의 보석 결정으로 풀려난 상태였다.
해외에서도 명성이 높은 조슈아 웡이 전격적으로 체포된 것 등은 홍콩 정부가 이제 송환법 반대 시위대에 대한 '강공'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낳게 한다.
중국 중앙정부는 홍콩 정부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시위에 강경 대응할 것을 주문해 왔으며, 이에 홍콩 행정장관에 계엄령에 가까운 비상대권을 부여하는 '긴급정황규례조례'(긴급법) 적용까지 거론되고 있다.
특히 31일 상징성이 큰 대규모 송환법 반대 시위가 예고된 상황이어서 전날부터 이어진 홍콩 정부의 강경책이 주목받는다.
전날 홍콩 경찰은 재야단체인 민간인권전선이 오는 31일 홍콩 도심인 센트럴 차터가든에서 개최하는 집회와 시위를 모두 불허했다.
민간인권전선은 지난 6월 9일 홍콩 시민 100만 명이 모인 송환법 반대 집회, 같은 달 16일 200만 명이 모인 도심 시위, 이달 18일 170만 명이 참여한 빅토리아 공원 집회 등 대규모 시위를 주도한 단체이다.
민간인권전선이 주최하는 집회와 행진을 경찰이 모두 거부하기는 처음이다. 지난 18일 시위에서도 경찰은 도심 행진은 불허했지만, 빅토리아 공원 집회는 허용했다.
31일은 지난 2014년 8월 31일 홍콩 행정장관 간접선거제를 결정한 지 5년째 되는 날이라는 상징성을 지니고 있어, 이날 시위대는 '행정장관 직선제'를 강력하게 요구할 계획이다.
민간인권전선 지미 샴(岑子杰) 대표는 전날 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다가 야구 방망이와 흉기를 들고 복면을 쓴 괴한 2명의 습격을 받기도 했다.
다행히 곁에 있던 동료가 재빨리 막아선 덕분에 부상은 면했으나, 이 동료는 왼쪽 팔을 다쳐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샴 대표를 습격한 괴한 2명은 중국인이 아니었으나, 이번 사건이 친중파 진영의 사주를 받은 '백색테러'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전날에는 신화통신이 중국군 장갑차와 군용 트럭이 홍콩으로 진입하는 사진을 보도하면서 홍콩 시위에 대한 중국군의 무력개입이 준비되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아 홍콩 사회를 불안에 떨게 했다.
중국 군 당국은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의 연례 교체라고 해명했지만, 홍콩 내에서는 송환법 반대 시위대에 대한 '경고'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홍콩 정부와 중국 중앙정부의 강공책이 송환법 반대 시위를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9월 신학기 개학을 맞아 홍콩 대학생들과 중고등 학생들은 동맹휴학 등을 예고하고 송환법 반대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홍콩 내 10개 대학 학생회는 신학기를 맞는 다음 달 2일부터 2주간의 동맹 휴학을 예고했으며, 중고등 학생들도 수업 거부, 침묵시위, 시사 토론 등의 방식으로 송환법 반대 의사를 나타내기로 했다.
1일과 2일에는 송환법 반대 시위대가 홍콩국제공항 주변에서 교통을 방해하는 시위를 할 예정이다.
2일과 3일에는 의료, 항공, 건축, 금융, 사회복지 등 21개 업종 종사자들이 참여하는 총파업이 예고돼 있다.
지난 5일 총파업 때는 시내 곳곳에서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이 빚어진 것은 물론 8개 지하철 노선의 운행이 중단되거나 차질을 빚은 '교통대란', 224편의 항공편이 결항하는 '항공대란' 등이 벌어졌다.
이처럼 일련의 송환법 반대 투쟁이 예고된 상황에서 홍콩 정부가 시위대와 대화 등 유화책을 버리고 강공책으로 일관할 경우 더 큰 반발과 갈등,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1일 시위의 상징적 중요성을 생각한다면 이날 집회를 금지한 경찰의 조치는 더 큰 혼란과 소란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친중파 정당인 자유당을 이끄는 펠릭스 청도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억압적인 조처를 한다면 그것은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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